[박현주의 아트톡]배우 김현정 동양화가로 데뷔 "지난 5년간 중국미술보며 독하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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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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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부터 아트링크에서 첫 개인전..내면아이 '랄라'담은 그림 15점 전시

배우 김현정이 최근 에세이집을 펴낸데 이어 23일부터 아트링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화가로 데뷔한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동양화가 꼭 창작극 같은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동양화가 예뻤어요."

 배우 김현정(35)이 동양화가로 데뷔한다. 손쉬운 재료로 서양화를 그리는 배우출신 화가들과 다른 행보다. 비단에 그린 채색화다.

 전시를 앞두고 만난 작가는 그림처럼 차분했다. 23일부터 '묘사와 연기'를 타이틀로 서울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연다.

  김씨는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연극을 할 때도 번역극과 창작극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번역극의 대사는 왠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며 동양화가로 들어선 느낌을 설명했다.

 배우에서 화가가 되기위해 지난 5년간 고군분투했다. 2009년부터 배우생활도 딱 끊었다.  1999년 데뷔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를 괴롭히는 '장 캡틴'으로 분하는 등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 영화 등에 출연했었다. 최근에는 에세이집 ‘랄라의 외출’(위즈앤비즈)을 출간했다.

왜 그림을 그리게됐을까. 

"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나비'에 5년 정도 출연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었죠.극에 몰입하다보니 우울증도 생겼고요. 그래서 심리상담교육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인형치료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아이(inner child) '랄라'를 만나게 됐어요."

 '랄라'는 룰루랄라 줄임말로 자신의 자화상이다. 마음속에 있는 '또다른 나'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시작하면서 안정이 됐다. 그동안 짜증이나 불만을 입밖에 내보이지 않았던 그가 그림을 통해 진정한 나와 소통이 됐다.
 
화주수보와 쌍층화법으로 그린 김현정의 '랄라독립도'. 140.5×66.3cm. 2014

화가는 어릴적 꿈이었다. 그림공부는 독학으로 마음의 눈을 떴다. 중국의 유명미술관등을 관람하며 그림을 익혔다. 치바이스(1860 ~1957)의 화조화에 푹 빠졌다. '나를 배우면 살고, 나와 비슷한 척 하면 죽는다'는 치바이스의 예술정신을 쫒았다.  청나라 양주팔괴 가운데 하나인 정섭의 '반은 배우고 반은 버리라'는 전통화법도 명심했다.   

  매일 16~20시간 작업에 몰두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인 펑펑 베이징대 교수와 중국 문인화가 펑치웅에게 전통 화법에 대한 도움도 받았다. 

모임에서 만난 이동천 미술품감정전문가는 큰 힘이 됐다. 김씨의 그림을 눈여겨본 이동천씨는 '이왕 화가로 나선김에 중국미술시장에 진출하자"고 응원했다.

  '마음속 우울' 내면아이 '랄라'를 끌어낸 작품은 바탕이 탄탄하다. 그림의 일부에 자수를 활용하는 '화주수보'(畵主繡補) 화법과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비단을 붙여 수묵이 배어나오게 한 뒤 비단에 그림을 그리는 '쌍층'(雙層) 화법 등을 고안해 작품에 활용했다.

 이동천 미술품 전문감정사는 "랄라 그림은 결코 팝아트의 산물이 아닌 21세기 신 문인화다"고 했고, 베이징대 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펑펑은 "김현정이 채택한 재료와 방법은 전형적인 전통 스타일의 공필화다. 그의 그림은 전통,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극찬했다.  중국 미술평론가의 주목을 받은 김씨는 오는 11월 베이징 금일미술관에서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취미로 하는게 아니에요. 화가로서 끊임없이 계속 노력할겁니다." 

 그렇다고 배우 꼬리표를 뗄 생각은 없다. 배우도 천직으로 여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내면 아이' 토끼인형 랄라가 화면마다 등장한다. 한복을 입은 맨발의 소녀의 손안에 '랄라'가 숨죽인듯 들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위안부 연극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다. 전시는 7월4일까지. (02)738-0738
 
김현정. 비단에 채색.랄라와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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