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미국이 40년간 걸어둔 원유 빗장을 열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출을 금지했으나 일부 업체의 수출을 다시 재개시켰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텍사스주 소재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와 휴스턴 소재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 등 에너지업체 2곳에 초경질유인 비정제유 수출을 허용했다. 초경질유는 천연가스 축출과정에서 섞여 나오는 액체 상태의 원유다. 주로 비행기 연료나 휘발유 경유로 전환된다.
오는 8월부터 해외로 선적될 전망이라고 저널은 전했다. 두 회사가 얼마나 많은 양을 수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처음에 적은 양이라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업체들도 정부에게 원유수출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질 전망이며 상무부는 해외 수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원유 수출이 허용된 이유는 셰일가스의 개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초경질원유 생산량이 급증했다. 이에 초경질원유 가격은 10달러 하락하거나 일반 원유가격보다 더 저렴해졌다. 미국의 하루 원유산유량은 820만 배럴에 달하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950만 배럴)를 바짝 뒤쫓고 있다. 2011년에서 2013년까지 미국 원유산유량은 180만배럴이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96%가 초경질원유이다.
이처럼 공급량이 늘면서 원유제조업체들은 미국 정부에 수출을 허용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정제사 보다 해외에게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정부를 설득한 것이다. 최근 수개월간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수출금지가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저널은 전했다.
수출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장기간 수출을 금지하면 미국인들이 좀더 저렴한 가격을 연료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리비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반대론을 더욱 부추겼다. 유가가 9개월래 최고치로 오르면서 유가 변동성 우려도 확대됐다. 지난 24일 기준 미국에서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3.68달러에 거래됐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우선 초경질원유 수출을 최소한 거래로 허용하지만 점차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브룩킹스연구소는 내년 초부터 미국의 초경질원유 수출량을 70만 배럴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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