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겼던 해양플랜트 수주가 크게 줄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껍데기 건조가 아닌 기술경쟁력부터 키워야 살아남는다는 주장이다.
26일 국내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연초 이후 현재까지 총 4기(29억 달러)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8기(70억5000만 달러)의 절반수준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해양플랜트 설비 수주는 2기(10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기록한 7기(62억)달러의 수구금액기준 1/6 수준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상반기 40억8000만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4기를 수주했으나 올해는 단 한 건의 수주실적도 없었다.
이같은 수주부진의 기본 배경은 글로벌 시장에서 해양플랜트에 대한 발주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미국의 셰일가스에 대한 개발 붐이 일면서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바뀐 점이 그 이유다.
이를 방증하듯 셰일가스 부산물 중 하나인 LPG(액화프로판가스) 운반선의 글로벌 신규 발주는 지난 2012년 10척(25만3600CGT)에서 2013년 19척(66만2686CGT), 올해 상반기에만 52척(226만2572CGT)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글로벌 오일매니저들이 발주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등 신규 설비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또 최근 3년 사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점도 이유 꼽히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유전 개발이 점차 심해로 이동하는 만큼 해양플랜트 시장에 대한 전망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를 수주 해도 국산화율이 낮은 만큼 규모대비 벌어들이는 이익은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해양플랜트 설비 수주 자체가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기자재 등 국산화율을 높여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해도 수익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의 국산화율은 30%가 채 안된다”면서 “가격이 비싼(고부가가치) 기자재들은 수입해 설치만 하고 있는 실정으로 해양플랜트로 벌어들이는 돈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삼성중공업의 경우 2건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손실로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진행중인 해양 프로젝트도 손실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명호 한국해양대학교 해양플랜트운용학과 교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의 인터뷰에서 해양플랜트를 국산화하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운영의 국산화와 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선원들뿐만 아니라 기계나 전기, 화학 및 자원공학 전공자들이 해양플랜트에 많이 승선해 시스템을 파악하고 공부해 우리가 해양플랜트를 설계할 능력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면서 “또 국책과제로 많은 대학과 연구소, 산업계와 연계한 해양 장비의 국산화 연구개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실적확보와 실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최종소비자인 오일메이저를 동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소들간 활발한 기술교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기업을 넘어 우리나라가 플랜트시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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