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19일 링지화(令計畫) 통일전선부 부장의 형인 링정처(令政策)의 낙마소식이 알려진 이후 중국 정가가 숨을 죽이고 있다. 중국내 관료사회 내부에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한 상태며, 향후 상황전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링정처 전 산시성 정협부주석은 19일 공산당중앙기율위원회가 조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3일만인 22일 정협부주석에서 면직조치됐다. 그가 무슨 혐의로 면직조치됐는지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등장이후 많은 고위관료들이 낙마한 만큼 차관급 관료에 불과한 링정처의 면직은 표면적으로 보면 그다지 큰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링정처가 지니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에 중국 정가는 요동치고 있다.
링정처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이었던 링지화의 형이다.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합해 놓은 직책이다. 그는 후진타오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 지방시찰, 해외순방 등 모든 행사에 배석했다. 당시 공산당 중앙위원이었던 링지화는 2012년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정치국위원 입성이 당연시됐으며, 일각에서는 상무위원에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야말로 실세중에 실세였다는 게 중국 내외부의 평가다.
링정처는 기율위조사 소식이 알려지기 2일전까지도 공식행사에 참석하며 일상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링지화는 물론 링정처 역시 기율위 조사에 대해 전혀 방비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율위의 조사가 알려진 지난 19일은 현재 공청단파의 수장인 리커창 총리가 유럽을 순방중이었으며,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은 잠비아를 방문중이었다. 내부 소식통은 "공청단파의 두 거두가 중국을 비운 사이 링정처 체포가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링정처 체포가 개인의 사안에 그치지 않고 링지화에까지 이어질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19일 링정처의 조사소식이 알려지자 당일 오후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관영통신 신화사는 의미심장한 논평을 남겼다. 인민일보는 "관직이 아무리 높더라도 부패의 바람막이가 될 수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부패에 연루되면 무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신화사는 한발 더 나아가 "과거 혈연관계를 이용해 부패를 저지르고 서로가 서로를 비호해 왔지만 지금 현정부는 중앙에 고관이 있더라도 비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두 관영매체가 링지화를 겨냥한 듯한 평가를 내놓은 것. 때문에 링정처 이후 기율위의 목표는 링지화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같은 현실은 공청단파의 정치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공산당 상무위원 7명 중 엄밀히 말해 공청단파는 리커창 1인 밖에 없다. 하지만 2017년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리위안차오, 왕양, 후춘화 등 강력한 공청단파 정치인들이 상무위원 입성을 준비중이다. 이렇게 된다면 7명의 상무위원 중 4명이 공청단파로 채워지게 된다. 이 중 후춘화는 2022년 공산당 총서기에 오를 유력후보다. 하지만 링지화 형제의 '변고'로 인해 공청단파가 타격을 입게 된다면 이같은 구상은 틀어지게 된다. 이같은 배경에 중국 내부 소식통은 "링정처의 낙마는 공청단파에 대한 일격으로 읽혀진다"고 분석했다.
링지화와 링정처의 관계 역시 중국 정계의 핫이슈다. 산시성 사람인 링지화의 부모에게는 4남1녀가 있었다. 링지화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루셴(路線,노선), 정처(政策, 정책), 팡전(方針, 방침, 딸), 지화(計畫, 계획), 완청(完成, 완성) 이라는 이름을 각각 지어줬다. 링지화의 당내 직급과 위상이 높아지면서 링정처 역시 그 권력이 높아졌다. 또 다른 내부소식통은 "링정처의 직급은 비록 차관급이지만 동생의 막강한 권력이 뒷받침되면서 산시성 관료사회에 강항 영향력을 투사했다"며 "산시성 내 주요 인사는 산시성 서기가 아닌 링정처의 손으로 이뤄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링정처가 어떤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 과정에서 링지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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