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기자, 뮤지션 되다…육지거북 '오래된 소품'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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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3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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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육지거북]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1인 프로젝트 그룹 육지거북이 데뷔 앨범 ‘오래된 소품’을 19일 발매했다.

육지거북은 현재 일간지 대중음악 담당 기자로 활동 중인 작곡가 정진영 1인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정진영은 지난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1억원 고료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라는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작곡가이기도 하다.

육지거북은 “10대 때부터 꾸준히 뮤지션을 꿈꾸며 음악을 만들어왔고, 소설 쓰기 역시 자작곡에 가사를 붙이다가 시작했을 정도로 음악을 향한 꿈은 오래 전부터 강렬했다”며 “취재를 위해 많은 뮤지션들을 만나면서 일상에 치여 덮어뒀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고, 친분을 가진 뮤지션들의 권유도 앨범 제작에 용기를 줬다”고 앨범 제작 배경을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비 오던 날 도착한 편지’를 비롯해 ‘꼬마를 기다리며’ ‘창백한 푸른 점’ ‘눈물(流星雨)’ 등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의 연주곡 4곡과 보너스 트랙 ‘코리언 펑크(Korean Funk)’까지 총 5곡이 수록돼있다. 육지거북은 전곡의 작곡과 편곡을 비롯해 프로듀싱과 믹싱, 재킷 사진 촬영까지 직접 맡았다. 밴드 스맥소프트(SmackSoft)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레인보우99(Rainbow99)가 마스터링을 도왔다.

육지거북은 “기자가 아닌 인디 뮤지션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해보고자 인디라는 말에 담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의미를 철저히 살려 홈레코딩으로 앨범을 제작하되, 앨범에 담길 음악은 트렌드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인디 신에는 드문 뉴에이지를 선택했다”며 “수록곡을 각각 작곡된 계절인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배치했고, 편곡에 있어선 덜어내는데 집중하면서도 오래된 질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비 오던 날 도착한 편지’는 장마철의 풍경을 오르골 소리를 이용해 서정적인 멜로디로 표현한 연주곡이다. 봄날에 평화로운 초등학교 교정을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떠올린 첫사랑을 편안한 선율로 그려낸 ‘꼬마를 기다리며’는 도종환 시인의 시선집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창비)’의 시낭송 음악으로 쓰인 바 있다.

‘창백한 푸른 점’은 칼 세이건의 동명 저서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으로 EBS 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문학사랑e’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눈물(流星雨)’은 겨울 밤하늘을 가르며 사라지는 수많은 유성들을 서사적으로 그려낸 곡으로 제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시선상과 심사위원특별언급상 수상작 단편 ‘도화지’의 영화음악으로 삽입됐다.

앞선 곡들과는 다소 이질적인 성격을 가진 보너스트랙 ‘코리언 펑크’는 육지거북이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10대 때 완성된 곡을 수정 없이 담은 곡으로 록, 펑크(Funk) 등 그의 음악적 자양분과 앞으로 보여줄 음악적 방향을 보여준다.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는 “보컬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손쉬운 수단이지만, 그 수단에 기대면 이야기는 재미있으나 음악적으로 아쉬운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 앨범에는 그런 관례와 편견을 모두 깨고 연주와 편곡으로만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달하면서도 순수한 음악들이 담겨 있다”고 호평했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어린 시절의 동심과 청소년기의 방황, 청년기의 사랑 등 인생사의 다양한 감정을 사계절에 빗대어 서정적으로 표현한 국내 초유의 콘셉트 뉴에이지 앨범”이라며 “일본 퓨전재즈 밴드 카시오페아를 방불케 하는 보너스 트랙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곡”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을 맡은 레인보우99는 “마음의 어지러움을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편안한 치유 음악들”이라며 “인디 뮤지션들의 좋은 친구였던 그가 직접 뮤지션으로 변신해 인디 신에 뛰어들어 동료가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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