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낙규 기자= 제자 논문 가로채기, 허위 경력,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이번엔 신문 칼럼과 특강 원고 등도 제자에게 대필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후보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제자인 이모 씨는 '한겨레21'에 기고한 김 후보자에게 전하는 편지에서 김 후보자 이름으로 나가는 신문 칼럼을 대필했다고 폭로했다.
이씨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2009~2010년 한국교원대에서 김 후보자에게 석사 학위 지도를 받았다.
이씨는 "지금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논문 중 상당수는 같이 수업을 들었거나 연구실에서 봤던 사람들의 논문"이라며 김 후보자가 "다른 대학이나 기관에 특강을 나갈 때 필요한 원고를 석사과정 학생이 매번 대신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의 '문화일보' 칼럼 역시 김 후보자가 말해준 방향과 논지로 제자들이 대신 썼고,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회의를 해 칼럼 대필을 거절한 사연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당은 다음 달 9일 열리는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절대 불가’ 입장을 견지할 방침이다.
다음은 김 후보자의 제자 이씨가 어제(29일)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셨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습니다. 포털사이트마다 교수님 사진이 메인화면에 걸립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찍힌 사진을 보면서 제가 교수님께 지도받으며 교원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것이 2009~2010년인데 그때 쓰시던 우산을 아직 쓰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다른 생각도 많이 납니다.
대학원 재학 시절 다른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이 단독 저서 하나 없는 거 너무 속상하다고. 그래서 학생들이 함께 원서라도 번역한 뒤 교수님께 지도받고 교수님 단독 저서로 출간하시라고 제안을 드릴까 하는 이야기도 했죠. 그럴 만큼 저뿐 아니라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적이 별로 없다는 걸요.
지금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논문 중 상당수는 제가 같이 수업을 들었거나 연구실에서 뵈었던 사람들의 논문입니다. 저는 그 논문을 원저자가 쓰는 과정도 보았고, 다 쓴 논문을 교수님을 제1저자로 하여 학술지에 싣기 위해 학생이 스스로 요약하는 과정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 다른 대학이나 기관에 특강을 나가실 때 필요한 원고를 석사과정 학생이 매번 대신 썼습니다.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자료 역시 학생이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이 원고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다 읽을 수 없으니 중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발표할 원고만 따로 메모로 만들어달라”고 하셨죠. 발표 장소까지 운전도 시키셨습니다. 이런 교수님의 요구를 정면에서 거절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욕하는 학생의 모습도 대학원의 일상이었습니다. 물론 노동의 대가는 없었죠.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맡아오신 '문화일보' 칼럼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해 주시는 방향과 논지로 학생이 글을 쓰고 교수님께서 그 글을 확인하신 뒤 조금 수정해 넘기시는 것이 '문화일보' 칼럼이었습니다.
물론, 학생에게 특강 원고를 맡기고 가짜 프로젝트를 하고 사적인 일에까지 학생을 동원하는 것은 교수님만이 하신 일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교수님들이 그러하십니다. 교수님들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셨고, 저 역시 그런 교수님들과 요구에 굴복하는 학생들을 비난했지만 문제 제기를 하거나 해결할 생각은 못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관행’은 이런 것일 겁니다. 잘못이지만 계속 그렇게 행해져 와서 잘못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 잘못임을 알지만 고치려고 나서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 사회악. 그것이 관행입니다.
그러니 교수님, ‘관행이었다’ 혹은 ‘학생의 동의가 있었다’는 말은 변명이나 해명이 될 수 없습니다. 논문 표절 의혹은 해명이 필요 없는 일입니다. 원 논문과 표절 논문을 비교하면 누구나 확인이 가능합니다. 또한 표절에서 원저자의 동의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교수님께서 제게 주셨던 가르침처럼, 논문과 연구는 지식의 생성과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그 두 개는 완전히 다른 과정이니까요. 제가 쓴 이 글은 저의 것이고, 누군가 이 글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제가 동의한다고 해서 이 글을 쓴 사람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것은 연구윤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니 교수님, 부디 논문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 말아주세요. 인정하고 그간 미처 교수님께 대면해 싫다고 말하지 못한 수많은 제자들에게 사과해 주세요. 그리고 스승으로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학문을 닦는 문화를 보여주기보다 학생들끼리 교수의 총애를 사이에 둔 경쟁을 하게 한 것에 대해 부디 책임을 통감해 주세요. 평생 대학 강단에서, 그리고 연구자로 살아오신 교수님의 지난 족적이 낱낱이 밝혀지는 지금, 그 상황을 알고 있는 수많은 교수님의 제자들을 기만하지 말아 주세요. 그때는 관행이었기에 서로 모른 척 넘어갔다 하더라도 지금 이렇게 전 국민에게 알려진 상황에서 더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그 끝에서 부디 교수님,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사진=KBS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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