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년 스타’ 대거 컴백…실력은 기본, 내공은 덤 ‘인기는?’
잊혀졌던 청춘스타들이 대거 신보를 발매하면서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가요계 판도가 바뀌었다. 19집 신보로 10대 팬들까지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가왕’ 조용필의 컴백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선배의 기운을 받아 록밴드 시나위 출신 김바다는 지난 2월 첫 솔로앨범 ‘문에이지 드림(Moonage Dream)’을 발매했다. 소찬휘도 3월 인디밴드 록 타이거즈 멤버 로이와 ‘네오 록커빌리 시즌(Neo Rockabilly Season)’를 발매하며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였다.
조성모도 임창정과 같은 달 앨범을 공개, 4년 만에 발매한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로 남성미를 발산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선희도 3월 15집 정규 앨범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내놓았고, 이승환은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전’(fall to fly-前)으로 한층 깊어진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 이 밖에도 이은미, 이소라, 신해철 등이 새로운 음악으로 대중을 찾아왔다.
흩어져있던 원조 오빠들의 뭉침도 가요계를 들썩이게 했다. 데뷔 15주년인 그룹 지오디(god)는 12년 만에 원조 멤버 모두가 의기투합해 5월 싱글 ‘미운오리새끼’를 발매했다. 당시 대세아이돌 그룹 엑소의 타이틀곡 ‘중독(Overdose)’과 치열한 음원차트 1위 쟁탈전을 펼칠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내달 8일 정규앨범 발매 소식을 알린 지오디의 컴백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알앤비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 역시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 이후 5년 만에 정규 9집 ‘컨티뉴엄’(CONTINUUM)을 발매했다. 지오디 못지 않은 인기를 재현한 플라이투더스카이는 타이틀곡 ‘너를 너를 너를’을 비롯해 수록곡 전부를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시켰다.
섹시 콘셉트에 불을 지핀 걸스데이는 2013년 ‘기대해’로 상승곡선을 그린 후 굳히기 작전으로 또 한 번 ‘섹시’ 아이템을 선택했다. 지난 1월 발매한 ‘섬씽(Something)’ 에서의 더 과감해진 의상과 분위기는 대세 걸그룹으로 도약을 꾀했다.
AOA도 ‘밴드 아이돌’과 ‘엔젤돌’ 이미지를 벗고 파격 변신에 나섰다. AOA는 1월 발매한 ‘짧은 치마’에서 지퍼가 달린 미니스커트를 열고 닫는 아찔한 춤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 19일 발표한 ‘단발머리’에서도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콘셉트로 관능미를 유지하고 있다.
레인보우 블랙은 1월 신곡 ‘차차(CHA CHA)’로 컴백, 타이트한 보라색 코르셋 의상과 검은색 끈을 이용한 농염한 안무를 선보였다.
스텔라는 차원이 다른 ‘19금’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2월 공개된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에는 엉덩이가 그대로 보이는 수영복 의상, 하얀 우유 방울이 가슴골로 스며드는 장면 등이 삽입돼 성인영화를 방불케했다.
그룹에서 솔로로 행보를 바꾼 멤버들도 ‘섹시’ 콘셉트를 선택했다. 원더걸스 출신 선미는 지난해 ‘24시간이 모자라’에 이어 ‘보름달’로 선미표 청초한 섹시를 완성했다. 시크릿 멤버 전효성도 ‘굿나잇 키스(Good-night Kiss)’로 남성들을 잠 못 이루게 했고 티아라 멤버 지연도 ‘1분 1초’에서 골반을 강조한 박쥐춤으로 하향세인 티아라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걸그룹은 섹시 콘셉트를 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거듭되더라도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못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걸그룹의 살색 전쟁은 본질을 잃고 화제성만 집착해 K팝의 수준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조심성이 필요하다.
지난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부근 해상에서 국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생떼 같은 아이들은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온 국민이 아픔을 함께하며 같이 울었다. 가요계도 슬픔을 함께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애도에 동참했다.
신곡 발표 예정이었던 가수들은 잠시 활동을 미루고 묵념했다.
그룹 엑소는 지난 4월 15일 대규모 컴백 쇼케이스를 열고 활동에 돌입하려 했으나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약 한달 뒤인 5월 초 두 번째 EP ‘중독’을 발표했다. 블락비는 4월 17일 ‘잭팟(Jackpot)’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활동에 돌입하려 했으나 안타까운 소식에 활동을 멈췄다. ‘잭팟’의 음원은 오는 7월 말 발표하는 신보에 담길 예정이다.
윤종신은 지난 2010년 3월부터 진행한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의 4월호를 휴간했다. 윤종신은 3년 동안 쉬지 않고 매달 1곡 이상의 신곡을 발매해왔다.
박정현은 4월 8일 컴백을 확정해놨으나 애도를 표하며 무기한으로 앨범 발표를 미뤘다. 대신 수록곡 중 발라드 ‘그 다음해’만을 음원으로 발매하고 약 두달 뒤 ‘싱크로퓨전 (SYNCROFUSION)’을 내놓았다. 손승연은 새 음반 발표를 취소하고 국민의 정서에 따라 발라드 ‘매일 다른 눈물이’ 발매로 대신했다.
음악 축제도 애도에 동참했다. 이문세, 이승철, 조영남, 씨엔블루, 바다, 조장혁, 이정, 거미, 에피톤 프로젝트 등이 공연을 잠정 취소 및 연기했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도 애도에 동참하는 의미로 행사를 취소했다. 록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당초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개막 하루 전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 통보로 취소돼 논란이 일었다. 한류문화 공연 ‘와팝(WAPOP)’도 4월 공연을 멈췄다.
가요계가 잠정 휴업상태에 돌입했지만 음악으로 위로하고자 하는 행렬은 이어졌다. 유희열은 추모곡 ‘엄마의 바다’를 무료 공개했으며 포맨의 신용재는 세월호 침몰로 세상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생 고(故) 이다운 군의 곡을 편곡, 지난달 30일 ‘사랑하는 그대여’를 세상에 공개했다.
작곡가들도 헌정곡을 발매하며 아픔을 위로했다. 김형석은 ‘레스트 인 피스(Rest in Peace)’를, 윤일상은 연주곡 ‘부디’를, 윤한은 ‘Yoonhan 희망’을 무료로 배포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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