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오는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미 에콰도르 인근의 고립된 섬들을 일컫는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최근 국제적인 추세와 동떨어져 불합리하거나 불편한 정책과 제도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통신요금 인가제도 마찬가지로 외국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제도라는 뜻이다.
237개국 중 점유율 50%가 넘는 사업자가 존재하는 국가는 121개국이지만, 노르웨이·스위스·호주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도 이동전화 요금규제는 없다.
OECD는 우리나라의 통신시장 규제개혁 사항으로 요금규제 폐지를 권고했고, 2007년에 규제개혁보고서를 통해 요금규제 폐지 권고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소매시장에 개입했던 나라들도 시장경쟁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서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시켰다.
영국은 2006년 가격 상한제 폐지를 계기로 요금규제가 전면 폐지했고, 일본도 1990년대 후반 신고제로 전환한 이후에 2004년 NTT 유선전화 등 일부서비스에 대해서만 가격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동전화 소매요금을 규제하는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만큼, 필수설비 성격이 강한 시내전화를 제외한 통신서비스에 대한 사전적 가격규제는 폐지하는 것이 경쟁촉진에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금 적정성 여부는 사전에 판단이 어렵다”면서 “인가 후 실제 판매 결과를 기초로 사후규제 한다는 것은 현행 인가제 하에서도 제대로 사전에 요금적정성을 판단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후규제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의 금지행위 유형의 제재 조치로 이미 명문화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신고제에 덧붙여 이중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인가제 폐지를 동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신종원 YMCA 실장은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과거 요금신고를 원칙으로 하던 시절과는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관점에서 볼 때 신고제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자유롭게 경쟁을 통해 포화상태인 이통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독과점 심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래부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근거는 역시 세계적인 추세다.
미래부 측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결론을 낼 예정”이라며 “현행 인가제를 유지한다면 사전심사는 완화하거나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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