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3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이창준 박사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신경세포에 영양분이나 신경전달물질 등을 운반하는 아교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를 생성, 분비하고 이를 통해 기억장애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들이 신경세포에 집중한 것과 달리 비신경세포에 집중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기억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혀낸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켜 인지장애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난치병으로,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그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뇌 검사를 통해 신경세포의 사멸이 기억력 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 내의 도파민 산화 효소 ‘마오-B’의 작용으로 생성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가 베스트로핀이라는 특정한 음이온 채널을 통해 외부로 방출, 신경세포의 정상적인 신호전달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마오-B 혹은 베스트로핀을 억제하면 반응성 성상교세포 내 가바의 생성과 분비가 제한되고 신경세포의 발화능력과 시냅스 가소성이 회복돼 잃었던 기억을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다.
마오-B 억제제인 셀레질린은 파킨슨병의 치료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는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셀레질린이 처음 며칠은 효과를 보이다가 오래 복용할수록 약효가 줄어들어 장기 복용 시에도 약효가 지속하는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함을 밝혀냈다.
이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셀레질린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인 사피네마이드 등 다른 약물들을 현재 연구하고 있다.
이창준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반응성 성상교세포의 가바 생성과 분비 억제가 알츠하이머 발병 후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면서 “장기 복용 시에도 약효가 지속하는 신약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연구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 박사 연구팀을 중심으로 KAIST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센터(WCI) 사업과 뇌과학연구소의 플래그십 과제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이 결과는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메디슨(Nature Medicine) 30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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