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재의 골프 노하우](46) 샤프트 플렉스

헤드스피드보다는 ‘스윙 편안함’에 맞춰 선택해야

 

프로들의 임팩트 장면. 물리학적으로도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사장님은 스윙 스피드가 빠르니 SR 샤프트를 써야 슬라이스를 막을 수 있습니다.”

골프 클럽을 사기 위해 숍에서 시타를 하다 보면, 이런 조언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내 슬라이스의 원인이 샤프트가 약해서 그랬단 말이지. 그렇다면….”

평소 레귤러 사프트를 쓰던 골퍼가 SR(스티프-레귤러) 샤프트 사용을 권장받으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고조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결국 SR 샤프트의 새 드라이버를 사게 되지만, 이런 멘트의 99%는 드라이버를 사게 만드는 사탕발림일 뿐이다. 그래서 시타 때 잘 맞았던 드라이버에 필드에서 배신을 당하는 결과가 생긴다.

샤프트 플렉스 선택에 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의 최대 스윙스피드에 맞추어 선택할 것이 아니라 한 라운드를 진행할 동안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플렉스의 샤프트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평소 웨이트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골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골프 클럽으로 운동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운동으로서도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힘으로 스윙하다 보니 잦은 OB로 인해 게임으로서도 흥미를 잃게 된다.

골프는 힘쓰는 운동이 아니라 게임일 뿐이다. 연습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볼을 치는 것이 몸을 지키는 운동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골프라는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코어’다. 골프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을 소재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한 라운드의 골프를 즐기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14번의 드라이버샷에서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스윙 스피드로 최대 거리의 장타를 얻고자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으로 라운드에 임하는 것은 금물이다.

골프 좀 친 ‘싱글 핸디캐퍼’들의 실력을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게임 퍼트 등 네 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해서 각각의 성적을 매기면, 각 파트에서 고루 C학점이면 싱글 핸디캐퍼이지만, ‘B-B-D-D’이면 평균은 C학점일지라도 스코어카드는 절대 싱글이 될 수 없는 골퍼다. 그래서 골프가 게임임을 명심하고 클럽을 휘두른다면 네 시간의 라운드동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클럽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스윙스피드가 빠르니 더 강한 샤프트를 써야 슬라이스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백스윙 때 뒤로 휘어졌던 헤드가 임팩트 때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스윙스피드가 빠르면 헤드가 돌아올 시간이 부족해서 헤드가 열린 상태로 임팩트가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이 말은 과학적으로 보아 사실이 아니다. 제대로 스윙했으면 클럽헤드는 임팩트 순간에 앞으로 휘어지게 돼있다. 그 이유는 팔이 클럽을 잡아 당기는 구심력과 클럽이 팔을 당기는 원심력이 동일한 크기의 상호 반대방향의 힘으로 작용하려면 샤프트가 앞쪽으로 휘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샤프트가 헤드의 앞쪽에 꽂혀 있고 헤드의 무게 중심은 그 뒤에 있기 때문에 원운동 동작 중에 헤드가 앞으로 튀어나와야만 클럽을 잡고 있는 구심력과 클럽의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게 되는 물리학적 원리 때문이다.

그래서 샤프트에 비해 스윙스피드가 훨씬 빠른 골퍼가 제대로 스윙하면 훅이 생기는 것이 정상이다. 슬라이스의 직접적인 원인이 약한 샤프트에 있다는 것은 넌센스다.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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