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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진정으로 계승하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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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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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연구위원

[동북아역사재단 남상구 연구위원 ]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20일 고노담화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 발표 직후 스가 관방장관은 담화를 수정하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외무상도 6월 24일 검증 결과가 고노담화의 신뢰성에 상처를 내는 것은 결코 아니며, 일본 국내의 고노담화에 대한 의심을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해소하려 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를 검증한 결과 일본 국내의 고노담화에 대한 의심이 조금은 풀린 것일까? 조간과 석간을 합쳐 약 1300만부가 팔리는 일본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은 6월 21일자 사설에서 이번 검증 결과 고노담화가 “사실관계보다도 정치적 타협과 외교적 배려를 우선했다는 것은 명확하다. 매우 문제가 많은 ‘한일 합작’ 담화라고 할 수 있다”며 “담화의 수정은 어차피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과는 달리 고노담화의 진정성이 도전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고노담화를 계승할 의지가 있다면, 고노담화의 정신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아래와 같은 조치를 취해 그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의 작성경위를 검증한 결과, 담화의 신뢰성과 진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고노담화 발표 이후 일본군의 관여를 보여주는 500건이 넘는 새로운 자료들이 발굴되었다. 일본 재판부는 8건의 소송에서 35명의 원고(한국인 10명, 중국인 24명, 네덜란드인 1명)에 대해 피해자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위안부’가 되었고, 위안소 생활은 모든 자유를 빼앗긴 상황에서 군인을 상대로 성행위를 강요받는 비참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일본 정부가 1993년 이후의 연구 성과와 새로 발굴된 자료, 일본 사법부의 판결을 반영하여 고노담화에 담긴 역사적 사실을 재확인하고 담화를 부정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적으로 반론하는 태도를 보일 때, 담화를 계승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인권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한다. 고노담화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등 많은 지역의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고노담화 작성 당시 한국 이외의 피해자에 대한 증언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시아여성기금의 대상도 한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뿐이었다. 고노담화와 아시아여성기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작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지금도 무력분쟁 하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하고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공적으로 사죄하고 보상하는 관행을 정착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응을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6월 27일 미 하원 의원 18명은 이번 검증이 ‘위안부’ 문제 해결 노력을 저해하고 생존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일본 정부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고 분명한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은 1993년 이후 유엔과 각국 의회 결의 등을 통해 확인된 국제사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 작성과정을 검증한 목적이 담화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담화를 흠집 내려고 한 것인지는 일본 정부의 앞으로의 발걸음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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