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절규'의 상징, 뭉크의 'The scream'이 한국에 첫 상륙했다.
'뭉크가 절규?', '절규가 뭉크?' 인지 헛갈릴정도로 '뭉크와 절규'는 한몸이 된 채 우리곁을 떠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이 그림이 딱이다.
'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환청까지 선사하는 그림. 에드바르드 뭉크의 이름까지 넘어선 '절규'가 석판화로 한국 국민들 앞에 선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일부터 펼치는 '뭉크'전이다. '영혼의 시'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2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뭉크'전을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 뭉크미술관 관장과 수석큐레이터 보안총괄담당까지 내한해 한국기자들과 만났다.
뭉크 미술관 스테인 올리브 헨릭센 관장은 "2년전 뭉크전을 제안받고 한국전을 추진해왔다"며 "1920년대 위상을 떨친 뭉크는 노르웨이의 아이덴티이며 현대미술계의 천재"라고 말했다.
그는 "1944년 뭉크가 사망이후 2만4000여점이 기증됐다"며 이 가운데 회화 석판화, 영상등을 엄선해 100여점이 건너왔다"고 덧붙였다.
'절규'는 회화가 아닌 석판화여서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 전시를 기획한 컬처앤아이리더스 강미란 대표는 "절규 원화는 노르웨이 정부에서 해외반출이 금지됐다"며 '대신 이번에 온 석판화 절규는 2006년 뉴욕 모마미술관에서 전시후 8년만에 다시 나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절규를 비롯해 뭉크의 대표작 '마돈나' '뱀파이어' '키스'등과 뭉크가 직접 촬영한 셀프카메라등 총 99점을 전시한다.
전시장 입구는 공항대를 통과해야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금속탐지기까지 설치됐다. 뭉크미술관 트릭베 라우리젠 보안총괄은 "뭉크 미술전에는 보안이 엄중한 규격이 있다. 노르웨이 문화유산이니 만큼 엄격한 규정이 있지만 어떤 규정인지는 말해줄수 가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첫 그림은 뭉크의 '지옥에서의 자화상'으로 시작된다. 1903년에 그린 이 그림은 귀신과 함께하는 듯한 뭉크의 어둡고 외로운 특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자화상으로 시작해 '밤의 방랑자', '대구머리 요리를 먹는 자화상'으로 끝난다. 성공했지만 쓸쓸하고 '외로운 남자' 뭉크의 영혼을 살펴볼수 있게 꾸민 전시다.
물론, 이번 전시에는 '삶과 죽음과 사랑에 관한 시'라고 표현한 '생의 프리즈'연작과 유화 1점과 판 3점으로 이루어진 '키스' 시리즈도 만나볼 수 있다.
예상외로 많은 수의 질높은 작품이 뭉크미술관에서 건너왔지만 이 모든 작품은 단 한작품 때문에 빛을 더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석판화로 오긴 했지만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한 '절규'가 가장 압권이다.
유명세 탓일까. '절규'는 1994년과 2004년 도난사건으로 몸값이 더욱 귀한 대접이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는 해외반출을 금지했고 회화 버전을 대신해 석판화로 해외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번 한국전시에 온 석판화는 1895년에 제작한 흑백 작품이다.
뭉크는 절규를 여러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다. 알려진 작품은 네가지 버전이다. 유화, 템페라, 크레용, 파스텔로 그려졌고, 판화로도 제작됐다. 가장 유명한 템페라 버전은 노르웨이 내셔널갤러리에, 유화와 파스텔 버전은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크레용 버전은 지난 2012년 경매 사상 최고가 1억1990만달러(약 1300억원)을 기록하며 미국의 개인 소장자에게 낙찰됐다.
욘우베 스테이 하우그 뭉크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뭉크는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했다"며 "1894년 처음으로 동판화 기법을 시도한 후 당시 다색 석판화를 제작하던 툴루즈 로트렉에게서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석판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뭉크는 총 2만여점의 작품중 대다수를 판화작품을 남겼다. 당시 회화작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던 뭉크는 본격적으로 판화제작에 뛰어들게 되었다. '질투'의 경우 유화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알려진 것보다 뭉크는 '정신질환자'거나 여성에 눌린 '우울남'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상파 영향을 받은 밝은 그림과 당시 미술계에서 성공한 화가로 시대를 살아냈다. 뭉크 미술관 수석큐레이터도 "불안과 멜랑꼬리로 대표되는 화가지만 뭉크는 인간의 근본적은 감정을 담고 싶어했고, 삶에 대한 긍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혁신적인 실험을 했던 예술가"라고 설명했다.
1895년 그려진 '절규'는 여전히 생생하다. 낡아지지도 늙지도 않은채 현대인들을 강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나는 예술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그 의미를 찾으려 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는 뭉크의 말도 현대미술의 의미를 깨우치게 한다.
한편, 까다로운 보안과 검색대를 통과한 들어간 전시장은 소란스럽다. 더 가까이, 더 느껴보기 위한 '들이대는' 몸짓은 '경고'다. 삑삑~ 울리는 경고음 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입장료가 좀 쎄다. 어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36개월~만12세)는 1만원이다. 전시는 10월12일까지.오후 8시까지 관람할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