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의 엔터생각] 가상 결혼부터 외국인 토크쇼까지…예능은 자기복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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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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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TV조선]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요즘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웃고 있지만 뒷 맛이 씁쓸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프로그램이 약간의 형태만 바꿔 '제2의 ○○○'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타고 있다.

대표적 프로그램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와 JTBC '님과 함께', TV조선 '남남북녀'다.

'가상결혼'이라는 포맷으로 지난 2008년 시작한 '우결'은 7년 동안 출연진을 바꿔가며 시즌4를 방송하고 있다. 아이돌 가수의 조합으로 팬들을 설레게 하더니 이제는 혼기가 꽉 찬 배우 남궁민과 트로트가수 홍진영 커플이 전면에 나섰다. 보기만 해도 가슴 뛰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커플의 조합도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우결'이 수년간 인기를 끌자 JTBC에서는 가상재혼 프로그램 '님과 함께'를 내놨다. 결혼 경험이 있는 중년 스타들이 가상 재혼을 통해 황혼의 부부애와 재결합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였다. 현재 임현식·박원숙, 지상렬·박준금 커플이 출연 중이다.

그리고 지난 4일 '대한민국 대표 노총각' 박수홍, 양준혁이 미모의 북한 여성들과 결혼생활을 하는 TV조선 '애정통일-남남북녀'이 첫 방송됐다. 노총각과 탈북녀의 만남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앞서 선을 보인 '우결', '님과 함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우결'은 어린 아이들의 소꿉장난을 지켜보는 듯한 재미로 큰 사랑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결혼하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도 인기 요인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포맷이 우후죽순 생겨날 뿐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성장이나 변화는 없어 출연진만 다른,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을 주고 있다.
 

[사진제공=채널A, JTBC]


이름만 바꾼 채 자기복제를 이어가고 있는 포맷은 또 있다. 외국인 토크쇼가 바로 그것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방송된 KBS2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에바와 따루, 구잘, 브로닌 등 서로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 출연진이 낯선 이국땅에서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부족하게나마 제 생각을 한국어로 표현했고 이런 모습은 시청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2011년 채널A에서는 '미수다'의 탈북녀 버전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내놓았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대신 탈북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7일 첫 방송되는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외국인 여성, 탈북녀에서 외국인 남성으로 바뀐 버전이 방송된다.

예능프로그램의 자기복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한다는 점에서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비슷하다. 새로운 가족의 모임이라는 점에서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와 올리브 '셰어하우스' 역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거기서 거기인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은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시청률이 높고 화제를 모은다 싶은 예능이 있으면 방송국은 약간의 변형만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 매주 고정된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기존의 인기 예능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부담 없이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방송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은 채 이름만 다른 프로그램을 내놓는다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것은 한순간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법은 다른 프로그램을 따라하는 안정적 구성이 아니라 신선한 포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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