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한국경제, 키를 잡아라] 경제민주화 '흔들'…경제활성화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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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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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출범이 임박했다. 지난 1년 6개월간 우리 경제의 불씨를 살리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경기부양 정책을 제시한 1기 경제팀이 물러나고 새로운 실세형 부총리 체제가 가동되는 것이다. 그러나 2기 경제팀은 출범 초기부터 상당한 과제를 끌어안고 시작하게 됐다. 올해 초 제시된 경제정책은 세월호 사고에 주춤하며 시장에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잘 나가던 한국경제는 ‘세월호’라는 암초를 만나 표류 중이다. 누군가 확실하게 키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잘못하면 한국경제는 장기간 표류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내수침체 장기화와 환율하락 등이 맞물리며 경제 전반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기 경제팀이 이같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이다.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을 가다듬는 일도 필요하다. 아주경제는 상반기 이슈로 부각된 정책 가운데 2기 경제팀이 풀어야 할 과제를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표=규제정보포털]


아주경제 이규하·김정우 기자 =“세월호 사고의 교훈은 안전규제 강화가 아니라 이런 사고를 일으키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규제체계의 개혁에 있다. 흔히 이해되듯 규제개혁이 경기회복과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 오해되는 것을 탈피해 사회기능의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사안임을 정부와 민간 모두 명심해야 한다.(이혁우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의 토론문 중 일부 발췌)”

2기 경제팀 최우선 과제를 이끌 최경환 부총리후보가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은 경제심리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뒤탈 없는 경기부양책을 위한 기업 투자 활성화에 집중해 전방위 규제완화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신임 경제사령탑이 챙길 첫 키워드가 ‘부동산 한겨울론’에 쏠리면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을 시작으로 각 분야별 규제풀기 수순이 가속화될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 정책 추진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분위기다. 경제민주화와 규제완화 사이를 짝지을 매개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각 이후 첫 목표가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려는 규제 철폐론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규제에 대한 평가를 놓고 이해를 달리하는 이들의 충돌도 불가피해서 자칫 국론분열까지 우려되고 있다. 

◆ 경제민주화·경제활성화…냉정과 열정 사이

2기 경제팀도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활성화가 시급하다고 판단, 부동산 규제완화를 최고의 해결과제로 꼽을 전망이다. 그러나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 경기 살리기를 우려하는 엇갈린 입장이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풀기로 경제를 활성화하기 전 우선돼야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주장이 거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양극화 구조 속에서 경제 성장은 일부 재벌과 부자들만 가져가고 중산층·서민들 소득은 늘지 않아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규제완화를 우선시하기 보단 양극화 해소 등 구조적 문제를 우선 해결할 경제민주화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완화가 우리의 산업 생산성을 높이게 하는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는 현실경제론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나온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만병통치약으로 규제완화에만 집중된 인식은 이념적 지향에 불과하다는 논리에서다.

그럼에도 최근 경제규제가 급증하면서 기업경쟁력에 영향력을 주는 요인은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각계각층의 공감대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148개국의 국가경쟁력 지수를 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 추이는 지속적인 약화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지수는 지난 2007년 11위에서 점차 하락세를 기록, 2013년 25위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정부규제경감도도 95위, 관료의 객관적 의사결정 79위, 정부정책의 투명성 137위로 하위권인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상위권에 속하나 경쟁력 저해 요인 중 상당수가 정부부문과 제도에 있다는 걸 계산해 볼 수 있는 지표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정보포털을 통해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정부 등록규제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특히 경제적 규제는 2008년말 3969개에서 지난해 말 5022개로 증가했으며 사회적 규제는 2008년말 3714개, 지난해 4641개로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사회적 규제보다 기업경쟁력에 영향력이 높은 경제규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경쟁촉진에 맞춰야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규제의 유효성 확보와 규제개혁에 따른 보완제도 마련은 필수로 조언하고 있다.

◆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말하다

산업보호 명분을 반영한 규제는 특혜의 원인이 되고 지대추구행위를 유발하는 등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KERI) 박사는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방향에 대해 “규제가 시장자율을 침해해 시장경제원리작동을 중지시키며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제한하도록 만든다”며 “기업의 경쟁력은 보호가 아닌 경쟁을 통해 보다 빠르게 향상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제약하고 기존 기업들의 수익성 확보하기 위한 보호장치를 개선·폐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서는 해당 산업 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게 된다며 이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증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민생활과 소비자후생 증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경쟁제한적 규제를 폐지해 해당 산업 내 진입을 활성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한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규제개혁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등록제도, 규제영향분석제도, 기존규제 정비제도, 규제관리수단 등 규제개혁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며 “규제개혁에 대한 불만과 요구는 제도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주체의 문제로 규제개혁 지원인력의 확충과 규제개혁을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정부주도의 규제개혁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규제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국회의 역할이 미흡해 입법기관의 자발적인 규제관리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종한 위원의 생각이다.

이혁우 교수는 “규제등록제의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규제등록건수로 정부규제 수준을 파악하는 왜곡된 방식을 빨리 탈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비용총량제 결과·연간 규제비용의 감축수준·연간규제등록건수(우수부처일수록 규제등록을 많이 함)·부처의 규제등록건수 대비 평균 규제개선율을 기준으로 규제개선율을 제시, 정부의 규제개선 노력에 대한 합리적 판단기준이 마련돼야한다는 것.

그는 “신설규제에 따른 기존규제의 개선이 없으면 규제도입이 안 된다는 것을 신뢰할 만한 공약으로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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