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 경기도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던 양씨(30)는 최근 직장 근처에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마포구 일대 오피스텔 전세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전용면적 30㎡ 정도가 2억원 남짓에 그나마도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 결국 월세로 다른 오피스텔을 구했다.
오피스텔이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셋값이 치솟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저금리에 오피스텔 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해 전세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공급 과잉으로 오피스텔 가격이 떨어져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는 늘고 있어 수급 불일치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서울의 오피스텔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중)은 70.1%로 2010년 7월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전셋값도 1억5030만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1억5000만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우선 오피스텔 임대시장의 월세 전환 추세가 가속화되는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 M공인 관계자는 "2%대 저금리에 오피스텔 주인들이 전세 보증금 받는 것을 꺼려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 매물이 없는 데다 전세의 경우 보증금을 올려주고라도 재계약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기존 전세도 월세 전환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피스텔 매맷값의 하락도 전세가율을 높이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또 강남·마포구 등 입주 기업이 많고 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의 경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세로 나온 신축 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역삼동 S공인 관계자는 "최근 입주한 강남역 쉐르빌과 효성해링턴타워 퍼스트의 경우 전용 30㎡ 규모의 전셋값이 2억원 전후로 형성됐다"며 "이미 예약이 끝난 단기임대를 비롯해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전세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교통 및 개발 호재가 많은 공덕동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공덕동 G공인 관계자는 "최근 공덕 푸르지오시티 전용 27㎡가 전세 1억9000만원에 나왔으나 기존 세입자가 이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을 연장하면서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며 "전세 물량이 워낙 없다보니 집주인이 더 비싼 가격을 요구해도 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공급 과잉과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안으로 오피스텔 임대수익률 저하에 대한 우려 등 현실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07년 상반기(6.86%) 이후 현재까지 줄곧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임대수익률도 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하락한 5.78%로 집계됐다.
김현진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임대수익률 하락은 월세로 공급되는 오피스텔을 기준으로 하며 전세의 경우 물량이 적은 만큼 거래도 많지 않고, 실제 주인이 가격을 올려도 최근에 거래된 게 없다고 하면 정확한 시세 및 수익률을 알기 어렵다"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전세로 나온 오피스텔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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