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세월호 참사, 배 도입부터 사고 대처까지 총체적 업무태만·비리 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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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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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간감사결과 발표…"항만청·한국선급·해경·선사 '부실덩어리'"

  • "해경 부실대응에 구조기회 날려…중대본도 컨트롤타워 기능 '미숙'"

[사진=아주경제]



아주경제 주진 기자= '세월호 참사'에는 배 도입에서부터 운항, 사고 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총체적 업무 태만과 비리 등이 집약돼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5∼6월 50여 명의 감사인력을 투입, 1·2단계로 나눠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한국선급 등을 대상으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를 벌인 끝에 얻은 중간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는 사고 발생 84일 만에 나온 것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기관의 첫 조사 결과다.

감사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변조한 정원·재화중량 계약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세월호 증선을 인가한 인천항만청의 부당인가, 한국선급의 복원성 검사 부실 수행, 해경의 부당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선박의 운항관리자인 해운조합이 세월호 출항 전 화물중량 및 차량대수, 고박상태 등을 제대로 점검·확인하지 않은 것이나 청해진해운이 화물을 초과 적재하면서도 복원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등이 원인이 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사고 발생 후 해경의 구조대응도 취약해 배 속에 있었던 승객 등의 구조 기회를 수차례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업무태만 등으로 구조 '골든타임'을 날렸을 뿐 아니라 해경이 사고 초기 세월호와 교신 등을 통한 사전 구조조치가 미흡했고, 현장 상황 및 이동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출동명령'만 시달해 현장 대응에 한계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이 시작된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께 이를 가장 먼저 감지했어야 할 전남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감감무소식' 상태에 있었다.

오전 9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근무에서 정규인원인 2명이 아닌 1명이 근무한 탓에 사고가 일어나고 16분이 지난 9시 6분에서야 목포해경의 통지를 받고 사고가 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진도VTS는 또 9시 7분부터 37분까지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하는 동안 배 안에서 승객 이동이 곤란한 점 등 긴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지만 이를 현장 구조요원이나 구조본부 등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가장 먼저 구조에 관여했어야 할 진도VTS가 정작 사고 발생(오전 8시 50분)부터 교신 종료까지 47분의 '피같이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셈이다.

이와 함께 최초 사고 신고를 접수한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허둥대는 통에 소중한 시간을 고스란히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발생 직후인 오전 8시 52분 단원고 학생으로부터 최초로 사고 발생신고를 받은 전남소방본부는 '해상사고는 해경 소관'이라는 이유로 21분을 흘려보낸 후에야 소방헬기 출동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전남 소방본부장이 전남 행정부지사를 헬기에 태우려고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10시 37분에야 헬기가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포122구조대는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출동에 나서고도 바로 옆 해경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513함(상황대기함) 대신 버스와 어선을 타고 가느라 세월호가 상당 부분 가라앉은 낮 12시 13분에서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들이 513함에 탔다면 1시간을 더 당겨 오전 11시 10분에 현장 도착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서해해경청 특공대 역시 탑승가능한 선박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목포항으로 갔다가 뒤늦게 헬기를 이용하는 바람에 기대시간보다 43분이 늦은 오전 11시 28분에 현장에 도착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대응역량 부족, 기관 간 혼선 등으로 인해 사고상황을 지연·왜곡 전파했고, 이 결과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123정은 세월호와의 교신에 실패하자 재교신을 시도하지 않았고, 목포 해경은 오전 9시 10분쯤 이준석 선장과 휴대전화로 2차례 통화한 것이 전부였다.

123정은 또 오전 9시 3분 현장 도착 당시에서 40분이 지난 43분에야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 나오고 있다"고 처음 상황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23정이 '세월호 400m 전방에서 승객 탈출안내 방송을 했다'고 하지만 헬기 소음 등으로 승객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 세월호 객실 승무원으로부터 사고 신고를 받은 목포해경은 '선내 대기 방송' 중이라는 사실을 듣고도 방송 중단 등을 요구하지 않고 통신도 끝까지 유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갑갑한 초동 대처는 이들을 지휘했어야 할 서해해경청과 해경본청도 마찬가지였다.

서해해경청은 오전 9시 24분 세월호에서 진도VTS를 통해 승객 비상탈출 여부를 문의해오자 적절한 구조조치를 지시하는 대신 "선장이 현장상황을 판단해서 결정하라"고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경본청은 오전 9시 47분 123정으로부터 "갑판과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보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선실 진입·승객 퇴선 유도 등의 기본적 지시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본청은 세월호가 100도 이상 기울어 좌현이 완전히 침수된 후인 오전 10시 17분까지도 "여객선 자체 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며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수부, 해경, 안행부 등 관련자 40명에 대해 징계 등 인사조치의 요청을 검토하는 한편 향응 수수 등 비리 사안 관련자 11명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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