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환율 하락 대응방안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한 '하반기 환율 전망과 대책'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주요 인사들은 환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내수부양책으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한국경제학회장)은 "내수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 정책과 환율 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지난 1997년 고금리 저환율 정책을 썼다가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현재로서는 이 정책 조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일본 아베노믹스가 고환율 저금리 정책을 써서 성공하고 있듯이, 지금 상황에서는 고환율 저금리 정책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환율 정책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통화량을 조절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간접적 환율 정책을 쓰고 있다"면서 "국제적 제재 없이 이 같은 고환율 정책을 쓰는 방안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승관 홍익대 교수 역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백 교수는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하하면 모든 시장에 시그널(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사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신호를 주는 것에 따라 환율 시장도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 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정책이 끝나고 시행될 이자율 인상에 대비해 지금 금리를 내려놔야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가급적 지금 빨리 통화정책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아울러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환율 하락을 보완해준다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며, 한은의 역할 측면에서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처럼 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적극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종현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조사관은 "금리는 매월 발표하는 방향성에 담긴 함의가 크다"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정책적 시그널을 보여준다면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원선이 붕괴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자로 나선 하성근 한은 금융통화위원(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은 "금리 정책은 내수 부양에 있어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아베노믹스처럼, 우리에게 맞는 큰 프레임을 생각하고 위험성이 높아진 한국경제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뭔지 종합적인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