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우리나라의 공식입장은 오는 18일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0일 "내부적으로 쌀 시장이 개방될 때를 대비한 시뮬레이터를 돌려본 결과, 관세화율은 398%로 책정됐다"며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쌀 시장개방을 앞둔 피해 대책도 다각적으로 준비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다면 보궐선거가 끝난 8월초로 발표시점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일부 정치인으로부터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DDA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최소시장접근(MMA)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관세화 유예의 재연장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한국의 쌀 관세화 의무는 현재 진행 중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관계없이 WTO 농업협정에 따라 이행돼야 한다"면서 "농업협정 부속서에 앞으로 관세화 유예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제베도 총장은 "한국이 관세화 추가 유예를 선택할 경우 부담해야 할 보상에는 쌀 이외 다른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쌀이나 여타 품목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증대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MMA 방식에 따라 의무 수입해야 하는 최소수입물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올 연말이면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시장을 개방할 것인지 등의 여부를 WTO에 통보해야 한다. 쌀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경우 우리나라는 9월 말까지 쌀 관세화율 등이 담긴 국별이행계획서를 WTO에 알려야 한다.
이후 WTO는 관세화 검증에 들어가고 이해당사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상대국을 설득시키는 과정 때문에 사실상 몇 년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실제 관세율 통보부터 검증 완료까지 일본은 19개월, 대만은 56개월이라는 기간이 걸린 바 있다.
이에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비공식적으로 200% 이하의 관세화율을 요구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입장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모두 해결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WTO 회원국의 농산물시장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1995년부터 ‘관세화’를 통해 개방됐다. 다만 UR 협정문은 특정 국가의 식량안보나 환경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품목은 일정 기간 관세화를 미룰 수 있는 '관세화 유예'를 인정하면서 그 대가로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UR 농업협상에서 2004년까지 10년간 쌀시장 개방을 보류한 데 이어 2004년 쌀협상을 통해 한번 더 개방 시점을 10년 뒤로 미뤘다. 대신 한국의 쌀 의무수입물량은 2005년 20만5000t을 수입, 이후 매년 약 2만t씩 늘려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는 국내 쌀 생산량의 10% 수준인 40만9000t까지 수입하게 돼 있다.
앞서 필리핀은 지난달 WTO로부터 쌀 시장 개방 유예를 5년(2012년7월~2017년6월) 더 연장받는 대가로 쌀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리고 쌀 이외 다른 품목을 추가 개방키로 했다. 필리핀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WTO 회원국들과 쌀 관세화 유예를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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