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은 의리파다. 알면 알수록 진국인 남자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로 인연을 맺은 민규동 감독이 제작하는 ‘키친’에 출연했고, ‘키친’의 연출을 맡은 홍지영 감독이 ‘결혼전야’로 메가폰을 이어가자 특별출연했다.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제작 오퍼스픽쳐스)에 끌린 것도 친구 간의 의리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세 남자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머니가 강도·화재 사건을 당하자 현태는 인철과 민수에게 범인을 잡을 수 있게 해 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인철은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좋은 친구들’에서 인철을 연기한 주지훈을 최근 서울 신문로 카페에서 만났다.
인철은 비싼 월세를 못 내 집주인을 피해 다닌다. 벌이가 나쁘지 않아 좀 더 싼 집을 알아봐도 되지만 곧 죽어도 강변 고층 오피스텔을 포기 못한다. 차도 BMW를 몰고 다닌다. 주지훈은 완벽하게 인철로 분했다.
“인철을 연기할 때, 내 안에 있는 ‘인철’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이 남자들 얘기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현태나 인철, 민수는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안에는 제멋대로인 인철도, 매사가 진지한 현태도,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민수도 있지 않나요. 사람 사는 얘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관객들이 그렇게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주지훈은 “그래서 더욱 감정을 이입하기에 순탄했다”며 “영화에서 술을 마시는 촬영이 있으면 실제로 전날 술을 마시고 촬영했다. 일부러 밤을 새우고 간 적도 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어떻게 장면마다 얼굴이 바뀌느냐고 하시더라”고 전하며 만족해 했다.
주지훈뿐만 아니라 지성, 이광수 모두 호연이 돋보이는 ‘좋은 친구들’은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되면서 웰메이드 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지훈은 이 먼저 감독을 일들공신으로 꼽았다.
“감독들은 모두 대단한 것 같아요. 이도윤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보고 이미 믿음이 갔어요. 스토리가 정말 탄탄하잖아요. 기발함이 돋보이죠. 그런데 글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까지…, 정말 엄청나죠.”
함께 연기한 배우, 공동 작업한 스태프의 공도 잊지 않았다.
“지성 형에게도 감사해요. 저보다 형이지만 정말 친구처럼 대하려고 했거든요. 지성이 형이 다 받아 줬죠. 심지어 말도 안 하고 애드리브로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는데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더라고요. 광수는 정말 연기를 잘해 줘서 제가 편했어요. 스태프 역시 제 성격을 모두 용인해 주셔서 감정을 몰입하기에 편했습니다.”
주지훈의 말에서 현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좋은 분위기가 영화로 옮아졌는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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