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칸빙난,칸빙꾸이(看病难,看病贵 : 진료받기도 어렵고, 진료비도 비싸다)”라고 불평을 호소한다. 사실 중국에서 연줄이 닿지 않으면 제때에 진료 받는다는 것은 어렵다. 유명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문진표(진료 접수증)를 암거래를 통해 구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의료보험제도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의료보험제도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의료기술의 제고, 의과대학의 설립과 운영, 의료서비스 시스템의 구축, 건강검진 시장, 임상진료 및 치료, 원격진료시스템의 공급, 약품시장, 의료장비와 설비의 공급, 병원관리시스템, 성형 및 치과 시장의 진출에는 우리의 경험을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중국은 현재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하드웨어적 병원을 건설하고 있다. 그것도 현대화된 시설과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향상은 돈을 많이 투자해 새로운 장비를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임상경험이 많은 의료기술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많다. 10년 전만 하여도 중국 의사의 수입은 건설현장이나 공장 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수한 의료인력을 양성 한다는 것은 오랜 수련과 투자가 병행되어야 하는 영역에 속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경제발전에 치중하느라 의료제도 및 의료인력의 배양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의 의료선진국 의사들이 중국에 와서 진료를 한다는 것은 문화적, 사회적, 시스템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과 가까운 일본이 있으나, 중국인의 정서상 일본인 앞에서 진료를 위해 옷을 벗을 사람들은 없다. 결국 한국의 뛰어난 의료시스템과 의료기술을 벤치마킹 하는 것은 중국에게 가장 가능성이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시골소재 의과대학 일지라도 서울대에 합격할 정도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한국의 의사 수련 시스템은 가혹하리만큼 철저한 과정을 거친다. 한국의 전문의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환자를 대하는 기본기나 기술적으로 손색이 없다.
의료도 이제 의료산업으로 접근해야 병원이 생존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5000만 인구는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족한 숫자다. 인구 1억은 되어야 자급자족 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인구가 적으면 불러들이든지 해외로 나가면 해결된다. 한국과 가까운 곳에 중국이라는 의료시장이 형성되어 잇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중국과의 합자(작)의 기회와 공간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우리의 의료인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중국을 바라본다면 도처에 기회가 상존한다. 작은 한국의 의료시장에 안주하는 것은 제로섬(zero sum)게임에 다름 아니다. 우리의 대학종합병원이 해외에 발을 붙이지 않고 미래에 생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은 글로벌화를 통해 인적자원과 기술을 취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생존하는 나라다. 의료분야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드라마와 영화, 가수들의 영향으로 성형기술은 중국인들에게는 세계 일류로 평가 받는다. 그리고 피부과, 임플란트 분야, 치아미백 분야도 중국인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는 분야다. 그리고 줄기세포를 활용한 분야, 각종임상치료 분야의 기술도 우리가 앞서간다. 물론 중국이 한국을 앞서는 분야도 적지 않다.
한국과 중국은 의료분야를 상업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의료인들은 자존심이 다른 분야에 비하여 강한 편이다. 돈에 앞서 인술(仁术)은 전통적으로 한중 의료인들의 공통의 이념에 속하는 개념이다. 정서적으로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방식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오래 갈 수 있다. 멀지 않아 한중간의 FTA가 체결된다고 한다. 중국 의료시장이 조만간 우리에게 일정 부분 개방 될 가능성도 농후해졌다. 한발 앞서 중국에 진출함으로써 바둑의 포석 같은 교두보를 확보해야할 시기다. 중국의 의료시장에 진출 할 수 있는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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