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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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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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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 최근 보험료 부과 기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일이 일어났다. 주변에 아는 지인 A씨가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여 소득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험료는 증가한 것이다. 반면 배당, 연금 등을 통해 연 4천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또 다른 지인 B씨는 전혀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이유를 들어보니 직장에 다니는 아들의 ‘직장피부양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이와 같은 불공평한 보험료 사례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동일한 보장을 받는 동일한 입장에서 너무나도 상이한 보험료를 내는 현재의 체계는 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불만과 의문을 품게 한다. 특히나 직장에 다니는 가족이 없는 경우라면 더욱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의료는 ‘사적재화’가 아닌 기본권으로서의 ‘사회적 재화’이고, 사회적 재화의 비용은 적절한 기준 아래 전 국민에게 공평히 부담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 부과 체계의 기준은 매우 불합리하다. 다수에게 공평한 부과기준을 생각해보기에 앞서 현 보험료 부과 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가입자를 자격에 따라 7개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 별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우선 직장근무 여부에 따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뉘고, 그 안에서 소득이 일정기준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다시 나뉘어 네 개의 그룹이 형성된다. 다음으로 어린이나 학생, 노인 등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서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는 그룹이 있다. 하지만 이 그룹과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에 다니는 가족이 없다면 지역가입자의 세대원으로서 보험료를 내야하는 다른 그룹에 속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역가입자 중 자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금소득이 4천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들을 따로 분류하여 보험료를 부과하는 그룹이 있다.
입장과 형편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보험료를 부과하려는 의도는 분명히 좋아 보인다. 하지만 구분 기준이 되는 직장 근무 여부와 피부양자 제도는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보험료 부과를 점점 산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소득이 있음에도 보험료를 내지 않고 동일한 보장을 받는 무임승차 문제, 소득과 맞지 않는 보험료로 인한 높은 체납률, 체납을 하고도 진료를 받는 등의 재정 누수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평균보험료와 최고보험료가 27배 차이가 난다고 하니 그 불형평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제는 그룹에 따라 제각각 적용되는 부과기준을 동일기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건강보험 체계가 가장 비슷한 대만 역시 최근 ‘제2세대 건강보험 개혁’을 통해 보험료 부과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했다고 한다. 월 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전 국민에게 동일한 기준의 보험료를 부과하고, 그 외 배당, 이자, 임대소득 등 모든 소득에도 추가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러한 개편은 국민 1인당 기본보험료의 성격을 띠며 무임승차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또한 보험재정 기반이 안정화되면서 보험료율 인상압박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대만과 같이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자료 확보율이 92%에 육박한다고 하니 충분히 실현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 소비 등 형편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다른 기준들을 함께 보완하여 사용한다면 소득 기준의 불완전성을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블릿 pc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방에 앉아 인터넷으로 지구 반대편의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이 오래전 지어진 초가집에서 비가 새는 부분만 청테이프로 막아가며 근근이 살아가는 것을 상상해보라. 우습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 보험료 부과체계와 비슷하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30년 전 설계한 부과 틀을 부분적 개선만을 통해 지금껏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준이 무엇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소득이든 재산이든 혹은 둘 다이든 ‘전 국민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을 잃은 A씨도, 연 소득 4천만 원의 B씨도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답은 아니다. 전 국민이 같은 기준으로 부과된 보험료를 내고 같은 보장을 받는 공평함이 실현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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