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LTV 완화 조치가 경기를 살리겠다는 2기 경제팀 정책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단 단편적인 금융규제 하나만으로는 위축된 전체 부동산 시장 반전을 노리기에는 무리가 잇는 만큼 정책 불확실성을 빨리 덜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LTV 완화, 거래 늘고 대출 건전성 높아질 것”
1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현행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조정한 정책 내용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담을 예정이다.
LTV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 담보가치로 인정하는 비율로, 서울·수도권 50%, 지방 60%가 적용됐다. DTI는 연간 총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서울 50%, 수도권 60%이며 지방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우선 LTV에 대해 7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받고자 하는 서울 내 주택이 3억원이라면 대출액이 1억5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가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시장은 금리보다는 유동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늘어나게 되면 거래 증가 등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의 신호를 줘 시장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 담보대출의 증가로 가계부채는 일시 증가하겠지만 건전성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지금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제2금융권으로 갔지만 LTV가 완화되면 은행권으로 옮기기 때문에 오히려 대출의 질적 구조는 개선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면 하우스푸어(과도한 주택담보 대출 부담을 진 집주인)의 주택 처분 등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어 전체 가계부채도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LTV 완화 조치가 규제 완화를 위한 시그널일 뿐 당장 시장 회복을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은 “LTV 완화폭이 지금까지 거론되던 것보다 크기는 하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은 세부 대책 하나에 움직일 상황이 아니다”라며 “몇년째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LTV뿐 아니라 DTI에 대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2005년 이전에만 해도 DTI는 은행 자율로 정했지만 그렇다고 가계부채가 급증하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 질을 악화하는 만큼 DTI 등을 모두 은행에 자율로 맡기는 방법도 고려할만 하다"고 제안했다.
임대 과세에 주춤하던 매매시장은 잇달아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놓은 최 부총리가 내정된 지난달부터 다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6월 넷째주 전주 대비 0.01%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지만 6월 다섯째주와 7월 첫째주 다시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4월 첫째주부터 6월 다섯째주까지 13주 연속 하락했던 아파트값이 7월 들어 0.01%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역시 10주 연속 하락세에서 3주 연속 보합세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매매시장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계속되려면 추가 부동산 규제 완화 및 임대 과세 논란 해소 등의 전제 조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특히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주요 규제 완화 법안의 통과가 급선무로 꼽힌다. 현재 국회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페지와 분양가 상한제의 신축 운영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다. 2·26 대책 등에 담겼던 임대 과세 방안의 확정도 시급한 상황이다.
김현아 실장은 “거시경제 회복이 부동산 시장 회복의 선결 조건이지만 국회에 계류돼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법안들의 통과가 시급하다”며 “임대 과세 법안 통과 등 국회 정상화가 전제됐을 때 2기 경제팀 체제에서 시장은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남수 팀장은 “정부가 2주택 전세 과세 여부 등을 결정짓지 않으면서 다주택자들의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며 “6월 주택 매매거래량이 전년 대비 43% 가량 줄었는데 이는 앞으로 가격 하락의 여지가 더 있다는 것으로 최대한 빨리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