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차기호위함(FFX)과 소형 무장헬기 등 방위력 개선 사업과 관련한 Ⅱ·Ⅲ급 군사기밀 31건이 무더기로 유출됐다.
방산업체로 자리를 옮긴 예비역 장교는 물론 현역 영관급 장교들마저 무기중개인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통째로 기밀을 넘겨 '군피아'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31개 방위력 개선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수집해 국내외 25개 업체에 누설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형법상 뇌물공여 등)로 방위산업체 K사 김모(51) 이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와 공모해 Ⅲ급 기밀 5건을 수집·누설한 예비역 해군대위인 K사 염모(41) 부장도 구속 기소했고, 예비역 공군중령인 K사 정모(59) 컨설턴트와 방위산업체 H사 신모(48) 부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번 사건과 관련, 국방부 검찰단은 국지공역감시체계 등 Ⅲ급 군사기밀을 넘기고 현금500만원과 향응을 받은 공군본부 기획전력참모부 박모(46) 중령, 소형무장헬기 탐색개발 결과보고를 넘기고 향응을 받은 방위사업청 국책사업단 조모(45) 소령도 각각 구속 기소했다.
방사청의 최모(47) 대령은 비행실습용훈련기 구매계획 등을 자필로 메모해 넘기고 그 대가로 접대를 받은 혐의로 군 수사기관에 형사입건됐다.
검찰과 국군기무사령부는 지난 5월 군과 민간에 걸친 대규모 군사비밀 누설 사실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합동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김씨 주거지와 사무실, 방산업체 25곳 등을 압수수색해 기밀 유출 대가로 뇌물이 오간 사실을 밝혀내고 김씨와 염씨 등 민간인 2명과 현역 장교 2명을 구속했다.
김씨는 K사 이사 외에도 해외방산업체 H사의 컨설턴트를 맡아 10년간 무기중개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군 장교들과 친분을 쌓아왔으며 군 장교들은 비밀문서를 통째로 넘기거나 휴대전화의 메신저를 사용하기도 했다.
누설된 군사기밀에는 전파방해를 무력화시키는 '항재밍(Anti-jamming)' 시스템과 유도탄 성능기준 등 방위력 개선사업 핵심 기밀이 포함됐다.
김씨는 특히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쌍둥이 형의 여권과 인적사항을 활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여권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된 김씨의 형을 포함해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는 모두 7명이다. 군 검찰은 최 대령과 방산업체 직원 1명 등 2명에 대해, 검찰은 관련자 3명에 대해 추가 수사 후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과 군은 기밀을 넘겨받은 국내업체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통해 원본을 회수하는 한편 해외업체에는 자진삭제를 권고했다. 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참여 제한 등의 제재를 취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군사기밀을 통째로 복사해 직접 전달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추가적인 기밀 누설 여부와 국내외 방산업체 관련자들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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