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하루전 농업, 축산, 보건의료 3개 분야에 각각 10억 원씩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 방문 당시 통일 구상을 밝힌 ‘드레스덴 구상’ 중 핵심 내용인 북한 민생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복합농촌단지 조성 및 경제개발 협력 사업 방침에 해당한다.
청와대가 같은날 통일준비위 명단을 발표한 것과 함께 드레스덴 선언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6일 통일부와 대북지원단체 등에 따르면 대북지원단체들은 정부의 지원 재개 소식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이유식 등 영유아 대상 인도적 지원과 병충해 물자 지원 등을 "드레스덴 구상과 연계됐다"며 잇달아 거부했고, 공식 매체는 물론 기관 입장발표를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 망상'이라며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인도적 지원을 드레스덴 선언과 연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민간단체 '겨레의 숲'의 산림 지원 물자 수령을 거부했다.
정부도 북한의 이러한 태도를 감안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농업·축산·보건의료 분야 지원은 드레스덴 구상의 핵심 사업이어서 북한이 우리 측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일부 대북지원단체들이 개성에서 잇따라 재개한 실무회의에서도 북측이 "대북지원 재개 움직임이 마치 드레스덴 정책의 성과물인 것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고통'이니 '배고픔'이니 '취약계층 지원'이니 하면서 우리를 심히 자극했다"며 지난 3월 발표한 드레스던 선언을 줄곧 비난해왔다.
통일부는 이번 지원에 대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한다는 기본 방침에 따른 것일 뿐 드레스덴 구상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밝힌 드레스덴 선언 가운데 민생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복합농촌단지 조성 및 경제개발 협력 사업은 농업 협력을 고리로 한 '북한판 새마을운동'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북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드레스덴 선언 이전부터 수년간 지속돼온 민간사업들이 이번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결국 드레스덴 정책의 결과물로 포장될 것"이라며 "북측이 잇달아 민간지원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지원 방침이 드레스덴 구상의 일환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해서 정부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인도적 지원을 안 할 수는 없다"며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는 한 5·24 조치는 원칙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