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6일 재산분할 제도 도입 후 24년만에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 및 연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기존의 판례를 깨고 미래에 받게 될 금액도 이혼할 때 배우자와 나눠 가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16일 교사 A(44)씨가 연구원 남편 B(44)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퇴직금과 퇴직연금은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 포함돼 있어 부부 쌍방이 협력해 이룩한 재산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혼할 때도 분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상적으로 퇴직금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아 불확실성이 크지 않고 △기타사정의 기준이 불분명하며 △이혼 전에 퇴직한 경우와 비교해 불공평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이혼 소송을 낸 뒤 사실심(1·2심) 변론을 마치는 시점에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 나눠 갖는다. 재산분햘 비율을 결정하는 데는 부부의 결혼기간과 양측의 월 소득액, 직업, 가사노동과 육아에 힘을 쏟은 비율 등이 고려된다.
아울러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에도 새로운 판례가 적용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혼인기간이 5년이상인 경우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의 절반을 지급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연금보험도 예금과 마찬가지로 혼인기간에 모아온 재산이란 점에서 분할 대상이 된다.
한편 부부 재산에서 부동산이나 예금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황혼이혼이 늘어난 요즘은 퇴직금, 퇴직연금이 중요해졌는데, 기존 판례에서는 이를 분할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반면 외국에서는 미래의 퇴직급여라도 법으로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이나 미국은 이 연금을 법으로 정해 나눠주도록 하고 있고, 일본도 미래의 퇴직급여 분할을 입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이끌어 낸 법무법인 서울중앙의 양정숙 변호사는 "퇴직금 분할을 둘러싼 논쟁은 재산분할 제도가 도입된 시점부터 20년 넘게 이어져왔고 재판도 끊임없이 진행돼왔다"며 이런 노력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그동안 부부 재산의 구성은 달라졌는데 재산분할제도는 이를 못 따라온 측면이 있다"며 "판례 변경으로 공평한 재산분할이 가능해진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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