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의 매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부지 매각 방안에 맞춰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세우는 방안을 정하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립을 추진해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사업장과, 자동차전문그룹으로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는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연산 80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선두권 완성차 업체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9개국에 걸쳐 3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생산, R&D, 디자인 등 각 부문뿐 아니라 자동차라는 단일 제품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자동차전문그룹으로서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위해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의 양재동 사옥 수용능력은 한계에 이른 상태다. 실제로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 사이고 소속 임직원이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 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계열사 본사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고, 현대·기아차 및 현대제철 국내영업본부가 본사와 떨어져 있어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는가 하면 외부 VIP의 본사 방문 시 영접 공간 부족으로 회의실이나 임원 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도요타 등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본사 및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폭스바겐이 본사와 출고센터·박물관·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시의 '아우토슈타트'를 들 수 있다. 독일 관광청이 독일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선정한 아우토슈타트는 20만 명 가까운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250만 명의 고객 및 관광객이 방문하는 독일의 대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이 콤플렉스 형태를 이루고 있는 독일 뮌헨의 BMW 본사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역시 연간 70만 명 이상이 들르는 해당 지역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고,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본사와 일본 도요타 시의 도요타 본사 역시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각 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전문그룹인 현대차그룹은 공간적 한계로 인해 글로벌 업체들과의 브랜드 가치 경쟁에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이게 바로 현대·기아차 브랜드 가치 향상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에 있어 GBC가 절박한 이유다.
GBC에는 이와 함께 생활·문화·컨벤션 등 기능을 담당할 다양한 부대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호텔, 대규모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 한류체험 공간·공연장을 포함한 문화시설, 자동차박물관·전시장·체험관을 포함한 자동차 테마파크, 백화점과 대형 리테일을 포함한 쇼핑공간 등 각종 시설을 아울러 GBC를 명실상부한 국제적 업무·관광·문화 거점으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복안이다.
현대차그룹 계획대로 GBC가 건립되면, 이는 최근 서울시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전시·컨벤션 중심의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청사진과도 맞아떨어져 서울시 계획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GBC가 조성되면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부가가치·고용·소득유발 효과와 신규 컨벤션 수요 창출 등 대규모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작년 한 해 동안 대리점·딜러 초청행사, 고객 및 언론 초청행사 등 현대차가 해외에서 진행한 270여 회 행사에 참석한 연인원은 2만8000명을 웃돌았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연인원 2만 명을 웃도는 각종 행사를 해외에서 치렀고 주요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총 7만~8만 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현대차그룹 관련 행사가 해외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이들 행사 중 상당수는 글로벌 본사가 한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숙박, 컨벤션, 관광, 쇼핑 등을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불가피하게 해외에서 열렸다. 이는 업무시설 외에 호텔 등 숙박시설, 국제회의가 가능한 수준의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및 한류체험 공간 등 관광시설, 대형 쇼핑몰 등 판매시설을 갖춘 GBC가 설립되면 대규모 해외 행사의 국내 유치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건립을 추진 중인 GBC 내에 글로벌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업무시설과 함께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도 포함시킴으로써 GBC를 업무와 문화, 생활, 체험, 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 브랜드 제고는 물론 '완성차 생산 세계 5위, 수출 세계 3위의 자동차 강국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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