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라그룹 전기자전거 사업을 맡은 만도가 가을쯤 출시 예정인 보급형 전기 자전거 가격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라그룹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한라마이스터에 있던 전기자전거 유통·판매본부(SPM팀)를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만도로 통합시켰다. 만도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기술 개발과 생산·제조는 물론 유통과 판매도 담당하게 됐다.
보급형 전기자전거는 한라그룹 전기자전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만도 풋루스 1’은 한라그룹이 2009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 중 하나로 자전거용 전자제어장치와 발전기를 개발한 뒤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출시한 제품이다. 체인이 없는 전기구동 방식을 채택해 3시간 충전으로 40㎞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최대속도는 시속 25㎞다.
지난해 1000여대를 팔아 나름 선전 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2011년 500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5000대에 육박했고, 올해는 2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보면 만도는 점유율 10%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400만원이 넘는 가격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만도 풋루스 2’로 명명될 보급형 모델의 가격 결정이 신중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400만원은 독일 등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는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다. 국내 시장에는 기존 자전거 업체들이 100만원대 저가 모델을, 수입업체에서도 중국에서 개발한 중량 10㎏대의 경량 전기 자전거를 2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자기 평형 이륜차, 전동 스쿠터 등의 '스마트 모빌리티' 등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10㎞ 이내의 도시 공간을 걷지 않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 전체를 놓고 제품의 가격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는 뜻한다.
결국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무작정 저가 정책을 앞세우면 출혈경쟁으로 공들여 개발한 제품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채 무너질 수 있는 반면,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간다는 것도 경쟁사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만도 풋루스 2는 전작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고정돼 있던 충전지를 분리할 수 있어 기존에 자전거를 실냐로 들고가서 충전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없앴으며, 자전거를 접을 수 있는 폴더 기능도 뺐다. 블루, 화이트, 다크 그레인으로 한정된 자전거 본체 색상도 다양화 해 젊은층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게 만도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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