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 접촉이 17일 오전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이번 접촉에서 북한 선수단의 이동경로나 숙소, 체류비용 등 실무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남북이 주요 쟁점에서 적지 않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이날 협의에서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규모, 이동 방식, 응원방식 및 숙소, 체류비 문제 등 관련 사안들이 폭넓게 논의됐다.
북한은 이날 접촉에서 우리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밝혀 온 아시안게임 공동응원 등 그동안 예상돼 왔던 일부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남북 선수단의 공동 입장이나 공동 응원단 구성, 그리고 일부 종목의 단일팀 구성 등 적극적인 대남 제의를 해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하는 동시에 '특별 제안', '공화국 정부 성명'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단일팀 구성은 시기적으로 늦었고 공동 응원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단일팀과 공동 응원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응원단 규모도 적정 수준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응원단 등의 체류비 지원 문제와 관련,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지원은 관련 대회 규정에 따라 하겠다는 게 현재 입장"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과거와) 좀 다른 측면이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이날 오전 1차례(10시 15분∼11시 30분), 오후 1차례(4시 15분∼4시 41분) 등 2차례의 전체회의를 가지며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오후 5시 현재 이견 조율을 시도 중에 있다.
이날 접촉에는 우리측에서 권경상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 3명이, 북측에서는 손광호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겸 서기장 등 3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권 사무총장은 오전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요새 가뭄이 심해 걱정이 많았는데 북측 대표단이 오니 단비 소식이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북측 대표인 손 부위원장도 "쌍방이 신뢰와 를 도모하면 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가 잘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희망할 경우 북한 항공기나 만경봉호와 같은 선박으로 선수단과 응원단이 이동하는 방안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국제 경기인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는 것은 국제 규정에 따라서 우리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어서 (북한이 원할 경우) 만경봉호가 오는 것은 5·24 조치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단이나 응원단이 북한 고려항공기나 만경봉호를 타고 인천에 오면 5·24 조치 이후 북한 항공기와 선박이 우리 측에 들어오는 첫 사례가 된다.
남북이 체육분야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2008년 2월 베이징올림픽 남북응원단 관련 제2차 실무접촉 이후 6년5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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