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농산물펀드가 1분기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만큼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바닥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산물값이 오를 만한 이유가 많지 않아서다. 일단 기상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주요 농산물 작황도 개선돼 재고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로 높아진 지정학적인 위험도 농산물값에 큰 영향을 줄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다.
22일 국내 주요 증권사는 농산물펀드에 대해 10월 이전까지는 엘니뇨 현상을 비롯한 기상이변 이슈가 부각되기 어렵다며, 4분기 이후에나 수익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농산물펀드는 최근 3개월 만에 10.17% 하락했다. 전체 테마펀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최근 1개월 사이에도 7% 가까이 떨어졌다. 1분기 10% 넘게 오르며 거둔 성과를 2분기 이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시장은 투기 수요에 따라 등락한다"며 "1분기 농산물값을 올린 엘니뇨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3개월을 채 못 넘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남미에서 농산물 작황 상태가 어느 때보다 양호하다는 점도 펀드에는 악재다.
미 농무부(USDA)도 이런 이유로 재고 증가를 점친다. 미 중서부 콘벨트 지역에 대한 자료를 보면 품질상태가 '좋음(Good)'이거나 '훌륭함(Excellent)'에 속하는 옥수수 비율이 14일 기준 76%에 달했다. 10년 만에 최고치다.
성진호 우리선물 연구원은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농산물 수확 증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이 당분가 떨어질 공산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엘니뇨 파괴력이 애초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나 기상청도 6월 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예상을 내놓았다. WMO는 오는 10~12월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75~80% 수준이라고 밝혔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니뇨 현상이 애초보다 늦어지고 강도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농산물 가격도 힘을 못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손동현 연구원은 "농산물펀드는 3분기 말까지 조정을 보일 것"이라며 "단기 투자자는 펀드보다 해외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국내 식품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손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3분기 안에 바닥을 확인한 뒤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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