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 "유병언 확인하는데 40일이나 걸린 이유는"

▲22일 세월호 참사의 중심에 서 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검경이 대대적인 인력을 총동원해왔으나 결국 한 달 열흘 전에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씨임이 밝혀졌다. [사진=YTN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세월호 참사의 중심에 서 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검경이 대대적인 인력을 총동원해 왔으나 결국 한 달 열흘 전에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씨임이 밝혀졌다. 이에 시신 확인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유전자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상대적으로 긴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뼈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형 병일 씨와 형제 관계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신과 병일 씨가 동일 모계인지 확인하는 데 필요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도 적잖은 시간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반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뼈가 아닌 시신에 남아 있는 근육을 채취해 하루 만에 유전자 정보를 확인해 경찰의 설명을 무색하게 했다.

2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부검을 맡은 민간인 촉탁 의사는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함에 따라 머리카락과 대퇴부 뼈를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우선 두 샘플 중 대퇴부 뼈의 유전자 정보가 검경이 송치재 별장과 안성 금수원에서 확보한 유전자와 일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두 유전자는 유병언 씨의 것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통한 신원 확인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부패가 많이 진행된 변사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할 때는 보통 성공률이 좋은 뼈를 이용하고 있는데, 뼈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추가 확인을 위해 형 병일 씨와 시신이 형제 관계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하느라 다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동일 모계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유전자다.

남자의 정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와 수정될 때 떨어져 나가 남성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기에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은 동일 모계를 확인하는 데 주로 쓰인다.

전문가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분석 결과는 100% 확정적으로 결과를 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찰은 중복 체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2일 새벽까지 '이 변사체가 유병언 씨로 추정된다'고만 밝혀 언론보도에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았을 때도 유병언 씨의 것으로 추정된다고밖에 할 수 없었지만 시신에서 유병언 씨의 지문이 검색된 이후에는 유병언 씨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과학적 해명에도 불구, 신원 확인이 지나치게 늦어진 데는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국과수는 시신의 근육을 채취해 하루 만에 유전자 분석을 끝냈다. 경찰이 유전자 분석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스쿠알렌 병 등 변사체와 함께 발견된 유류품이 유병언 씨의 것일 수 있다는 강력한 정황증거가 있음에도 경찰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시신의 유전자 분석을 서두를 수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병언 관련 유전자를 검찰과 경찰이 공유하지 않고 각각 관리함에 따라 변사체 신원 확인에 시간이 허비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 유전자 정보는 모두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가진 정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