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앞마당’ 남미 4개국을 순방해 대륙횡단철도의 건설 등 인프라 투자와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남미 4개국 순방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를 차례대로 순방했으며, 특히 반미노선을 취하는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미국을 견제하고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렸다.
이는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앞마당’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방문하면서 중국을 견제한데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브라질에서 “10년 이내에 중남미와의 무역 총액을 지금의 2배인 5000억 달러(약 500조원)로 늘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브라질에서 중남미 30개국이 가맹한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담에 참석해 경제관계 강화를 호소했다.
시진핑 주석은 브라질에서 인프라 정비에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하고,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철도 건설에도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철도는 향후 브라질 내륙부의 곡물과 철광석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길목으로 사용할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농업과 위성분야의 기술 이전하는 대가로 석유의 공급확대를 약속 받았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반미국가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차베스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면서 “차베스 대통령은 매력이 넘치는 지도자였으며 그 풍격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쿠바를 방문해 반미의 상징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을 만나 "존경하는 카스트로 동지"라고 호칭했으며 시진핑 주석의 쿠바 방문에는 50여명의 중국 경제 사절단이 동행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과연 미국이 제대로 견제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여름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을 보류하면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말을 들은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고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도발을 반복하게 됐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한 중국과 베트남의 긴장은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해 자제를 요구할 뿐, 아무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위기 장기화 등 미국 외교력의 저하가 세계 각지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논평에서 “중국의 의도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전후 미국이 지켜 온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세계의 경찰’임을 포기하면서 중국에 대한 억지력으로 일본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