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특별수사팀에 따르면 최 지검장은 이날 70여일간의 도피 생활 끝에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씨와 관련 부실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인천지검이 유병언씨 일가 등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지 95일 만이다.
최 지검장의 사의 결심은 전날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난 5월 25일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유병언 씨가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숨어 있었는데도 놓친 사실을 공개한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으로 유병언 씨 수사와 관련한 반성과 소회를 밝히는 글을 남겼다. 최 지검장은 "수사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며 "세월호 수사팀 검사·수사관들과 그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썼다.
수사 당국이 유병언씨를 검거하지 못한 것은 검찰과 경찰의 협업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의 불통은 수사 과정에서 속속히 드러났다. 경찰은 23일 오전 유병언씨의 도주 상황과 사망원인 등을 수사하기 위해 순천경찰서에 만들어진 경찰 수사본부는 그날 오전 송치재 별장을 수색하려고 검찰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동시에 경찰은 별장에서 유병언씨를 수행하다 구속된 신모(33·여)씨 등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검찰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검찰에 송치재 별장 비밀방의 존재를 알려준 인물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별장을 수색하고 신씨 등을 조사하면 그동안 숨겨온 비밀방의 정체가 경찰을 통해 공개될 것을 우려해 검찰이 23일 오후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언론에 먼저 알린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검찰이 5월 25일 송치재 별장을 급습할 당시에도 경찰은 철저히 소외되고 검찰 수사관들만 별장을 수색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유병언씨 일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계속 "검찰이 고급 정보는 주지 않고 검문검색 등에 부려 먹기만 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경의 부실수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유병언씨 시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유포돼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포된 사진은 유병언씨의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찍힌 수사 기록 중 하나인 것으로 수사물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유병언씨 것으로 추정된 안경을 유병언씨 시신 주변에서 발견해 유병언씨의 도주 경로 파악 등을 위한 추가적 단서가 될 수 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