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와 서울역 광장을 거쳐 오후 8시 30분께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가족대책위는 앞서 출발 선언문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의 첫발이 바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함께 알리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행진"이라며 "모두를 위한 진실과 안전을 기약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행진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장대비 속에서 이틀 동안 50여㎞를 걸어 추모문화제 현장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은 시민과 함께 희생자들을 기리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선보인 데 이어 시인 강은교, 김기택, 함민복, 허은실씨 등이 시낭송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시인들은 시인 69명이 함께 낸 세월호 치유 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고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씨에게 전달했다.
김기택 시인은 추모시를 통해 "바닷물이 카카오톡을 삼키고, 기다리래를 삼키고, 기다리래를 친 손가락을 삼켜도, 아직 사망이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래"라고 애도했다.
가수 김장훈, 이승환, 자전거를 탄 풍경 등도 무대에 올랐다. 특히 김씨가 단원고 2학년 고(故) 이보미양이 생전에 불렀던 '거위의 꿈'을 함께 부르고 눈물을 보이자 객석에서도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먼 길을 걸어온 희생자 유가족들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가꿔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세월호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4·16 특별법을 꼭 제정해서 그날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약속한다"며 "지금 모든 엄마 아빠가 너희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내 새끼가 너무 보고싶다', '너희들이 너무 그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 김병권 대표는 "세월호 유가족들 가슴이 답답할 텐데 세 가지만 외쳐보고 싶다"며 "국회의원님들 깨어나라", "청와대여 깨어나라", "국민들이여 깨어나라"고 크게 외쳤다.
야권 정치인들도 힘을 보탰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원내대표와 문재인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어 청와대 앞까지 도보 행진을 벌인 의원단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박 원내대표는 조 수석에게 "국민이 아파하면 대통령도 같이 아파야 하고, 국민이 아프면 대통령이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하는 심경으로 이 서한을 드린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행사가 끝난 오후 10시 30분께 유족 대표들이 단식 농성 중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의 통행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경찰과 완전히 길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유족들이 도로에서 1시간 이상 대치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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