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천 기자 =FC안양의 아마추어 선수 육성 프로젝트인 ‘나도 축구 선수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아마추어 축구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나도 축구 선수다’는 안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40대의 축구를 좋아하는 총 25명의 남성 회원으로 구성됐다.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강사와 FC안양 최익형 골키퍼 코치에게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운다.
이들은 지난 20일 안양 자유공원에서 진행된 ‘제2회 FC안양기 생활체육 축구대회’ 3040부문에 참가했다.
지역에서 몇 년 동안 팀을 이룬 생활체육축구 동호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축제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총 8개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나도 축구 선수다'는 준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궜다.
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나도 축구선수다’의 대회 참가 시 목표가 매우 소박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한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소박하지만 간절한 목표를 가진 이유는 간단했다. ‘나도 축구 선수다’는 몇 번의 연습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경기에서 패하는 건 기본이었다.
경기 직전 가진 평가전에서도 0대 7의 대패를 당해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발을 맞춘 생활체육축구 동호인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었다.
단, 2개월 동안 기초 체력훈련과 볼을 다루는 기술만을 연마한 나도 축구선수다 팀이 첫 골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못했다.
그렇게 소박한 꿈을 가진 회원들의 첫 경기는 1984년에 창립된 31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덕천축구회였다.
막상 경기에 나선 나도 축구 선수다 회원들은 반전 드라마를 썼다. 기다리던 첫 골을 성공시킴은 물론이고 한 골을 더 성공시켜 덕천 축구회를 2대 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8강에선 1997년 창단된 무궁화신촌축구회와 대결했다.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양 팀은 팽팽한 승부를 펼쳤고 0대 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는데 안현진 골키퍼가 상대의 페널티킥을 두 개나 막아내는 활약을 펼쳐 믿기 힘든 결승행을 이끌었다.
결승에선 35년 전통의 강호 남부축구회와 격돌했다. 경기도에서 이름을 떨치는 안양을 대표하는 생활체육 축구 동호회 중 한 팀이었다. 경기에 들어서자 나도 축구 선수다는 실력차를 실감하고 0대 3으로 완패했다.
우승을 목전에 두고 결승에서 패했지만 회원들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단지 첫 골을 노렸던 팀이 짧은 시간 동안 훈련에 집중해 첫 골을 터트렸고, 첫 승리를 거두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팀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결승에 오른 자체를 기뻐했다. 승부보다는 축구공 하나로 함께 공유한 시간을 소중히 생각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생 가슴에 남을 뜨거운 추억을 만든 자체를 행복해 했다.
경기 직 후 '나도 축구 선수다' 회원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FC안양 신형호 경기운영팀장, 최익형 골키퍼 코치, 김광환 유소년코치에게 가장 먼저 감사함을 전했다.
이들은 쉬는 날까지 반납하며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특히 최익형 골키퍼 코치는 프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열정으로 세심히 회원들을 교육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나도 축구선수다’ 1기 회원들은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번 주에 다시 모여 훈련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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