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서 한전은 세계 6위의 글로벌 개발기업(Developer)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박정근 한국전력공사 해외 부사장은 지난 2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전은 지난 1995년 필리핀 말라야 사업을 포함해 총 21건의 글로벌 입찰에 참여, 9건을 수주함으로써 입찰 수주율 약 43%(세계 평균입찰수주율은 약 20%)에 달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한전의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이 평가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 한전의 브랜드 가치가 인정받는 배경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및 사업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꼽았다. 실제 한전은 지난 4월부터 ‘해외 사업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기준 수익률 모델 개선’에 관한 연구 용역에 착수하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 리스크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한전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돼있던 해외 사업을 중동을 비롯해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그 무대를 점차 넓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은 7월 현재 전 세계 20개국에서 총 37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원전·화력 발전 분야를 넘어 신재생, 자원 개발, 송배전 컨설팅 분야 등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 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사업을 통한 누적 매출액은 약 12조 2000억 원에 이른다. 누적 순이익도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고 있어 외화 획득 및 국부 창출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박정근 해외 부사장의 설명이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현재 건설 중인 UAE 원전 사업을 포함해 운영 단계인 필리핀 사업(1739MW), 중국 사업(6826MW), 요르단 알 카트라나사업(373MW), 사우디 라빅 사업(1204MW) 등에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롱안성 신규사업 기회 확보…글로벌 무대에서 드러나는 한전의 저력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최근 베트남 응이손 사업에 이어 롱안성에서도 신규 사업 기회를 확보한 것이 한전의 해외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응이손 사업을 계기로 형성된 베트남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발판으로, 지난 21일 베트남 롱안성으로부터 1200MW급 화력발전소 건설 관련 협력약정서를 발급 받았다”며 “한전은 롱안성의 지원 뿐만 아니라 현지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원활한 사업 추진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 롱안성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세제 지원 등 외국 기업에게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한전은 중공업 공단 조성을 위한 전력 수요를 대비해 제 7차 베트남 장기 전원 계획에 따른 발전소 건설을 조기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전이 베트남 전력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한·베 양국간 우호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한전의 UAE원전사업 수주 또한 글로벌 무대에서 한전의 기술력이 입증 받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UAE 원전 사업은 2009년 당시 한전이 프랑스(Areva), 미국(GE)-일본(Hitachi) 콘소시엄과 치열한 경합 끝에 UAE의 ENEC(에미리트원자력공사)으로부터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초대형 플랜트 사업”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신규 원전 건설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한국이 최초로 해외에서 건설하는 세계 유일의 원전 프로젝트”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현재 추가 원전 수주를 위해 사우디, 베트남, 이집트, 체코 등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도입국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품질, 안정적인 금융 조달 및 원전 현지화(Localizat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원자력 기구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국내외 원전 산업계의 역량을 결집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등 국내외 원전 사업 수주 기반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 구축…해외시장 개척 교두보 마련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가는 동반 성장 전략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전은 UAE 한국형 원전 수주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국내 기업과의 해외 동반 진출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UAE 원전 사업을 통해 약 11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는 “한전은 국내 중소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한 발전소 부품을 한전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발전소와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해외 발전 설비 부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동일 또는 유사 기종 발전소와의 거래 경험(Track Record)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한전의 해외 발전소 거래 실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최근 국내 발전 설비 부품 국산화 중소기업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동반 성장 협력 간담회를 열고 한전이 운영 중인 7개국 10개 발전소 설비 부품 국산화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요르단, UAE, 사우디,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 한전이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발전소 설비 부품 국산화 계획으로 그 규모가 6700 품목 1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이는 기존 732 품목, 19억 원에 그쳤던 국산화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라며 “앞으로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해외 발전 사업을 수주하면 수출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한전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발전소는 7개국 10개 발전소 1만 4750㎿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올해 필리핀 및 나이지리아 발전 시장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내년 이후 UAE, 요르단, 사우디, 멕시코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KOTRA와 협력해 해외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현지 수출 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지원하겠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 발전 부품 시장에서 한전과 상호 협력해 글로벌 강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 글로벌 시장 특성 고려한 맞춤형 진출 전략 필요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향후 해외 사업 운영 및 개발을 위해 글로벌 시장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HVDC(초고압직류송전), 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등 미래 에너지 유망기술을 적극 개발 활용해 해외 전력 사업의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며 “운영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주기적인 수익성 재평가를 통해 사업 구조를 더욱 내실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급변하는 전력 에너지 분야의 패러다임에 발맞춰 전력과 정보통신 기술(ICT) 등을 융합하는 등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전은 전력 에너지 분야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창조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 7000억 원을 투자해 원격 검침 ‘지능형 계량기(AMI)’를 전 고객에게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남해 해상 풍력, 개성공단 신재생에너지, 학교 태양광 발전 사업 등에 집중 투자하고, 풍력, 태양광 발전, ESS 등을 결합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 구축 사업을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전은 현재 정부의 ‘서남해 2.5GW 해상 풍력 종합추진계획’에 따라 발전 6사와 함께 400MW급 시범 단지 개발을 위한 준비 중에 있다. 여기에 밀양 송전선 주변 태양광 발전 사업 및 지자체와의 연계를 통해 성과 공유형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이와 함께 남북 간 전력 분야 교류 협력 확대, 동북아 전력 계통 연계를 위한 수퍼그리드(Super Grid) 구상 등 남북 통일시대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비한 충전 인프라 확충, 전력 공급자로서 DC 부하기기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DC 배전망 도입 등을 추진해 미래 사회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정근 해외 부사장은 “해외사업은 일반적으로 막대한 자금과 2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대내외 전문가 집단을 통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이익을 극대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해외 사업에서 전체 매출액 대비 20% 수준인 16조 5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구성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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