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기업들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위한 복안 마련에 분주한데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조와의 단체협상과 그룹 사업 구조조정, 정부의 기업 옥죄기 정책 등 기업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통상 현대·기아자동차 공장이 휴무에 돌입하는 다음주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확실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사실상 휴가라고 정하고 쉬어 본 적이 없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올해는 그룹 주력사인 두 회사의 상반기 실적 악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하기 때문에 정 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고 없이 휴가 첫날 고위 임원들을 소집, 경영회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3일부터 2주간 휴가 시즌에 돌입한 삼성그룹 사장단들도 대부분 휴가를 짧게 가거나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지 70일이 넘은 데다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저조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 현재 진행중인 그룹 사업구조 개편 등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에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으머,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도 휴가를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휴가 일정을 잡지 않았다. 국내외 출장도 일정만 마치면 곧바로 돌아와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복귀하는 등 타이트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1차로 진행하는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매각,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 매각 등이 진행되고 있어 최종 결정을 위해서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게 권 회장의 생각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년마다 진행하는 노경협의회와의 임금 협상도 주목해 볼 대목이다. 포스코는 2007년 국내 대기업중 처음으로 복수년 임금협의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협상이 진행중이다. 관건은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포함 여부다. 앞서 동국제강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포함하는 안에 합의한 바 있어, 포스코도 이를 포함하되 일정 수준에서 절충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4일 최장 16일간 일정으로 집중 휴가기간을 잡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재성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은 중동 등 해외 사업장으로 출국해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경영진들은 매년 여름휴가와 추석, 설 연휴기간에 해외 사업장을 방문한다. 휴가 돌입전 임단협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해외 사업장 방문 후 곧바로 본사로 출근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를 맞기 때문에 여름 휴가는 거의 가본 적이 없다. 올해도 평상시처럼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조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내정된 관계로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조 회장은 다음 달 1일 열릴 것으로 알려진 조직위 위원총회를 통해 조직위원장에 정식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이밖에 오너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SK그룹과 한화그룹, CJ그룹, 효성그룹, LIG그룹 사장단들도 휴가 없이 정상 근무를 할 예정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영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총수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은 휴가를 즐길 틈이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