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대우건설, '사다리타기' 게임…알고보니 호남고속철도 공사 '짬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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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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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 고속철도 차량기지 공사 입찰, 광화문 카페서 '사다리타기' 추첨

  • 21개 건설사의 영업 담당자 모여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담합'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공구분할) 및 제8호(입찰담합) 조치내용[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 지난 2009년 6월 국내 21개 건설사의 영업 담당자들은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13개 공구를 나눠 먹기 위해 담합 자리를 마련했다. 각사 영업담당자들이 추첨을 통해 공구별 낙찰 예정자를 정하는 등 입찰 담합을 위한 사전 모의를 한 것. 이렇게 정해진 낙찰예정자 외에 나머지 건설사들은 들러리 입찰에 가담키로 합의했다. 이후 낙찰예정자인 13개 건설사 담당자들은 ‘입찰 가격 설계 금액 대비 76% 수준’에 합의하는 모임을 한 차례 더 진행하고 호남고속철도 공구 나눠 먹기를 감행했다.

# 2010년 3월 서울 광화문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건설사 임원들은 호남 고속철도 차량기지 공사 입찰에 대한 짬짜미를 모의했다. 이들은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의 영업 담당 임원들로 공사 입찰에 앞서 사전 투찰률을 정하기로 논의한 것. 이 임원들은 사전 투찰률을 정하기 위해 ‘사다리타기’ 추첨을 진행하고 대우건설 94.85%, 대림산업 94.79%, 삼성물산 94.76% 등에 합의했다. 특히 이들은 사다리타기 추첨으로 정해진 투찰률이 제대로 입찰장에서 실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관하는 등 주도면밀한 투찰 모습도 보였다. 결국 대림산업은 3018억 원에 차량기지 건설공사를 따냈다.


대형국책사업에 참여한 건설업계의 담합 비리가 또다시 적발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 공사 입찰(최저가낙찰제 13개 공구와 대안 3개 공구 및 차량기지)에서 28개 건설사가 공사 구간 나눠먹기 등을 저지른 행위로 과징금 4355억 원 및 일부 건설사, 임원 등에 대해 검찰 고발키로 했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건설업계 담합 건 중 사상 최대로 지난 액화석유가스(LPG) 회사들의 가격 담합 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들은 경남기업·금호산업·남광토건·대림산업·대우건설·동부건설·두산건설·롯데건설·삼부토건·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환기업·쌍용건설·SK건설·GS건설·KCC건설·코오롱글로벌·한라건설·한진중공업·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계룡건설산업·고려개발·극동건설·두산중공업·한신공영·포스코건설·풍림산업 등으로 국민의 혈세를 강탈한 셈이다.

대안방식 발주 3개 공구와 턴키방식 발주 차량기지 공사에서 낙찰자·들러리 합의를 실행한 11개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876억 원을 부과하고, 경남기업·대림산업·대우건설·동부건설·삼성물산·SK건설·GS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9개사는 검찰 고발키로 했다.

건설업계 ‘빅7’(현대·대우·SK·GS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6월 호남고속철도 노반 신설공사 13개 공구 공사에 대한 나눠 먹기 낙찰을 주도했다.

빅 7개사를 포함한 21개사는 각 공구별로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포스코건설·두산중공업 등 나머지 입찰 참가자들은 들러리 합의로 실행에 옮겼다.

아울러 3개 대안 공구 및 차량기지 공사에서도 입찰담합이 확인됐다. 1-2공구에서는 삼성물산(낙찰자)·SK건설이 상호간 투찰가격에 합의하고 경남기업을 들러리로 끌어들였다. 2-3공구에서는 현대건설(낙찰자)이 경쟁사로 참여한 동부건설을 들러리 입찰에 가담시켰다. 4-2공구에서도 GS건설·현대산업개발·쌍용건설(낙찰자)이 투찰률 및 투찰가격을 사전 합의하는 등 입찰에 참가했다.

차량기지 공사에서는 대림산업(낙찰자)과 대우건설·삼성물산 등이 카페에서 만나 사다리타기 추첨으로 각사 투찰률을 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정중원 공정위 상임위원은 “이번 담합 방법은 A그룹(빅7사), B그룹(금호산업·두산건설·쌍용건설·코오롱글로벌·한진중공업), C그룹(경남기업·고려개발·극동건설·남광토건·동부건설·롯데건설·삼부토건·삼성중공업·삼환기업·KCC건설·포스코건설·한라건설)으로 나눠 그룹별 공구 담합인 낙찰예정자 정하기”라며 “특히 이번 입찰은 최저가 낙찰제의 전형적인 담합방법(공종들기)이 아닌 입찰참가자 모두가 담합에 가담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 송정을 잇는 총 길이 184.534km의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는 공사로 총 8조352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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