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인의 성격은 급한 편에 속한다. 친구 회사가 투자한 중국현지에 놀러갔다가 중국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람을 대접하는데 일가견을 가진 중국공무원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나면 금방 형과 아우가 되고 모든 것을 도와 줄 것으로 믿고 투자를 결정해 버린다. 직관에 의한 결정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 대개 사전 준비 부족으로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중국사람들은 사업에서 즉흥적인 결정을 하지 않는다. 우선, 관심분야 혹은 투자예정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기업인들과 친구로 사귀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기가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없는 지역이나 분야에는 절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중국의 속담에 “먼저 친구가 된 후, 비즈니스를 한다”(先做朋友,後做生意)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의 기업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대개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유치를 말한다. 심지어는 필자에게 중국기업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중국인들의 상관습과 투자성향을 몰라서 이겠지만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무리 추정이익이 많은 프로젝트 일지라도 중국기업은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임은 명백하다. 우선, 핵심 파트너나 관계기관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고 공무원이나 기업인들과 친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아직도 성장율이 7%대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우리에 비해 시장도 넓고, 투자 수익율이 휠씬 높다. 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 많이 난다. 그리고 한국과 같은 외국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많다고 느낀다. 문제가 발생 할 경우 국내보다 대응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익도 적게 나고, 한국의 한정된 시장규모, 외국리스크 , 한국의 엄격한 규제 등을 감안하면 한국투자 매력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중국기업의 한국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우선 중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우리의 대통령은 중국 국가 주석과 친구가 되어야 하고, 우리의 총리는 중국 총리, 장관은 중국 장관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국가 최고지도자나 장관급이 서로 친구가 되어야만, 대형 국가급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요청을 할 수가 있다. 대형 국가급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국가 최고위급의 사전 허락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중국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기업인들도 자주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친구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사귐의 깊이를 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친구로서 상호 신뢰가 쌓이면, 사업이야기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비굴한 자세의 투자유치는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즈니스는 돈이 되어야 가능하고, 국제간의 거래는 서로 윈윈(win-win)하는 공간이 많아야 이루어진다. 아무리 돈이 많은 중국이라지만, 돈이 되지 않으면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이 중국인들이다.
친구가 되려면 우선 서로 말이 통해야 한다. 중간에 통역을 두고 하는 대화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아니다. 감정의 교감이 없으면 우정이 생겨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대통령은 상당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한다. 중국을 방문했을 때 청화대학교에서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시진핑 주석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총리나 장관들이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기업 오너들도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 중국어는 집중적으로 1년 정도 배우면 친구를 사귀고 웬만한 비즈니스 대화는 가능하다. 영어를 배우는 노력의 10%만 중국어 학습에 투자해도 효과는 대단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 교역액은 미국과 일본을 합한 액수보다 많아졌다. 이제 우리는 영어를 배우는 노력이상으로 중국어를 배우는데 투자를 해야 한다.
잘 만든 한국TV드라마 한편이 모든 중국인을 안방으로 모이게 하는 시대다. 우리의 이웃에는 중국의 13억 5000만명의 역동적인 소비시장이 있다. 중국으로부터 외자유치, 무역, M&A, 합자, 합작, 문화교류, 정부간의 교류 등 무엇을 하든지 간에 중국 친구의 존재는 필수다. 친구를 사귀려면 언어와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중국에 절친한 친구가 있다면 외자유치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pkcho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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