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법정관리에서 벗어났음에도 실적은 여전히 부진해 구조조정 절차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평가(토목건축업) 순위 100위 안에 들었던 현대중공업·신안종합건설·동일토건·대우산업개발·우림건설 등은 모두 1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시공순위가 67위(3730억1300만원)였지만 올해 124위로 57계단이나 미끄러졌다. 시공평가액은 절반 이하 수준인 1592억5900만원이다. 단 산업환경설비공사업 부문에서는 8조9804억원으로 현대건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문 분야가 아닌 토목건축 대신 플랜트와 조선 등 기존 주력사업에 역점을 기울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브랜드 ‘신안인스빌’로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신안종합건설의 시공평가 순위는 69위에서 110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시공평가액은 3587억원에서 1797원으로 줄었다.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동일토건은 지난해 84위(2473억원)에서 올해 128위(1527억원)로 44계단 내려갔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우차판매에서 분리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 대우산업개발도 시공순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2408억원으로 85위였지만 올해는 무려 69계단이나 미끄러진 154위(1205억원)에 머물렀다.
'우림필유' 브랜드로 대표 중견 주택업체로 꼽히던 우림건설은 법정관리로 들어간 이후 올해 시공순위가 114위(1721억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에는 88위(2335억원)였다.
이처럼 구조조정 중인 건설사의 시공능력이 갈수록 하락하면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효용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미리 갖춘 설비 없이 신용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수주해 이익을 내는 건설업 특성상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되면 일감은 끊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우산업개발의 경우처럼 법정관리를 벗어나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구조조정 중 채권단 주도 아래 그나마 가지고 있던 토지 등 자산을 모두 매각하기 때문에 ‘빈 손’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풍림산업도 올해 시공순위가 12계단 떨어진 45위에 머무르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구조조정의 근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면 도미노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채권단과 대주단간 협약을 실시하는 등 유동성 지원 등 개선을 마련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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