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차이나펀드 시대가 새로 도래할 것이다. 과거 차이나펀드와 달리 중국 도시화 수혜로 무장한 뉴 차이나펀드가 부활한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는 2000년 이후 펀드붐이 강하게 불었다. 한때 차이나펀드가 시중자금 블랙홀로 떠오르기도 했다. 묻지마 투자자까지 나타났다. 자고 나면 오르니 내일도, 모레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 신화가 몰락했다. 중국펀드는 반토막이 났다. 아직도 차이나펀드에 대한 불신은 깊다.
곽태선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는 4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과거 큰 손실을 안겨줬던 차이나펀드가 아닌 새 차이나펀드가 중국 도시화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도시화가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고, 여기에 투자하는 차이나펀드도 꾸준히 성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곽태선 대표는 과거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차이나펀드 탓에 투자자가 입은 아픔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새 기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도시화 이슈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영국 베어링 한국에 큰 관심"
베어링은 250년 전 영국에서 만들어진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현재 11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40여개 국적을 가진 임직원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2013년 4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우리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곽태선 대표는 베어링에서 만든 한국법인 첫 수장이다. 그는 과거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이 회사를 베어링이 인수했으며, 곽태선 대표에게 그대로 경영을 맡긴 것이다.
곽태선 대표는 "베어링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미 40여년 전 홍콩시장 진출했고, 30년 전에 중국펀드를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베어링은 한국법인 설립을 계기로 영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최근 판매하는 펀드 수도 30개에서 40개로 늘렸다. 해외펀드 판매사도 11곳이 새로 생겼다.
곽태선 대표는 베어링이 보유한 역량이면 남미나 인도를 비롯한 여타 지역에 투자할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베어링이 한국을 택한 것은 이곳에서 더 큰 투자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제2 펀드붐 꼭 온다"
곽태선 대표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상향 돌파해 본격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제2 펀드붐이 도래할 것이라는 데 전혀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자도 돌아오고 있다.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2013년 12월 4조6000억원에 불과했으나, 7월 들어서는 6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곽태선 대표는 "한국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박스권에 갇히는 바람에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새 경제팀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점도 증시에는 큰 호재"라고 전했다.
그는 "시장은 기대감"이라며 "여러 사람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실제 그렇게 된다"고 덧붙였다.
곽태선 대표는 국내 고배당펀드와 중국 도시화 수혜주를 담은 새 중국펀드를 눈여겨 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과욕은 금물이다. 시장이 오를 것을 확신하더라도 너무 큰 리스크는 피하라는 얘기다. 곽태선 대표는 "자신이 주식이나 채권을 어떤 비율로 사들일지부터 먼저 정하고, 수익률이 바뀔 때마다 이를 수시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와 늘 소통할 것"
곽태선 대표는 과거 차이나펀드로 아픔을 겪었지만, 중국이 제2 도약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먼저 미국 달러화를 견제하며 위안화 국제화 작업에 나섰다. 앞으로는 환헤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중국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곽태선 대표는 운용업계 스스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소통을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며 "운용 방향이나 시장 변화를 투자자에게 알림으로써, 뒤늦게 소식을 듣고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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