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심판 없는 축구경기를 상상할 수 있을까. 심지어 경기 전에 선수들이 심판을 넣을 것인지 뺄 것인지 투표를 한다면? 반칙과 승부조작이 판을 치고, 심판을 넣자는 의견과 빼자는 의견이 팽팽해 경기 시작도 전에 큰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재정비사업 공공관리제 주민선택제 도입을 둘러싼 마찰이 꼭 이런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용하고 있는 공공관리제를 주민 선택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서울시를 겨냥한 정책이다.
공공관리제란 자치구청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추진위원회 구성과 정비업자·설계자·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 정비사업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제도다. 공공관리제를 적용한 사업장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건축계획을 반영한 경쟁입찰로 공사비 거품을 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건설 업계에서는 공공관리제 때문에 재정비 사업이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공사 선정 시기가 늦어지다 보니 조합의 사업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공공관리제가 도입된 목적을 잊어선 안된다. 재정비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부분은 조합-정비업체-시공사의 비리 사슬이다. 비리에 소모된 비용은 고스란히 사업비란 명목으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했다.
공공관리제 때문에 사업 속도가 늦어진 것인지도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울시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분양이 잘 돼야 조합원들의 부담이 줄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경기도와 광주·제주 등이 공공관리제 주민선택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공공관리제를 선택하는 경우는 없다. 선택제란 곧 폐지다. 정말 공공관리제가 사업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라면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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