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포천 자신의 빌라 집 거실에서 돈 문제로 다투던 예전 직장동료이자 내연남인 A(49) 씨를 스카프로 목 졸라 살해하고 작은 방에 있던 고무통에 넣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A씨 시신과 함께 고무통에서 발견된 이씨의 별거 남편 박모(51) 씨의 사망경위도 집중 조사 중으로 추가 범행을 파악하고 있다.
고무통에는 A씨 외에 남편 박모 씨의 시신도 유기돼 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DNA와 두개골, 지문 감정 등을 통해 1구는 이씨의 별거 남편으로, 나머지 1구는 이씨의 전 직장동료 A씨로 확인했다. 이씨는 체포된 첫날 자신이 살해한 사람은 외국인 남성이라고 했으나 지문 대조 결과 한국인 내연남으로 밝혀졌다. 또 남편 박모 씨를 두고 이씨는 남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가 자연사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씨는 경찰에서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베란다에서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큰아들 박모(28) 씨 역시 "아버지는 10년 전 자연사했고 아버지의 시신을 어머니와 함께 옮겼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져 경찰은 남편의 최종 행적을 확인하는 등 사망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이씨와 참고인 큰아들의 말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조사하는 한편 주변인 조사를 강화하는 등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각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또 경찰은 범행 현장과 수법 등을 봤을 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내연남을 스카프로 목을 조르고 얼굴을 랩으로 씌워 질식시키는 방식으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 말에 따르면 여자 혼자 (비록 시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건장한 남자 두 명을 죽이고 시신을 높이 84cm, 지름 84cm나 되는 고무통에 넣고 또 다른 시신을 그 위에 올렸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들은 건장한 남자도 이 같은 범행을 지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단독 범행이 아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당초 이씨가 남자 시신 2구 중 1구는 외국인이며 자신이 죽였다고 말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시신이 발견된 날 함께 있던 작은아들(8)은 아동보호기관을 통해 각종 검사를 받은 결과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대 흔적은 찾을 수 없어 이씨의 혐의에 아동학대를 넣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부터 뇌전증(간질)을 앓았던 아이가 언제부터 방치돼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한 것인지 경찰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략 20일 전부터 이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는데 아이는 홀로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아이는 더군다나 동남아시아 출신 남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 다문화 자녀로 초등학교 2학년 나이에도 불구하고 온종일 집에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체나 정서 학대 증거를 아직 찾지는 못했더라도 아이를 시신과 동거 상황에서 오랜 시간 방치한 사실로 학대 혐의가 성립할 수 있는지도 검토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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