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명품 쇼핑거리인 청담동 명품거리와 신사동 가로수길의 땅값이 로켓처럼 치솟고 있다. 샤넬과 까르띠에·버버리 등 해외 명품 브랜드와 삼성 등 국내 재벌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상점) 개장을 위해 경쟁적으로 빌딩 매입에 나서면서 부속 땅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수익과 지가 상승 등 기대수익보다는 강남을 대표하는 명품 거리란 상징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인근의 경우 상업용지에 비해 용적률이 적은 주거용지임에도 집주인이 부르는 값인 호가가 3.3㎡(평)당 3억원에 육박했다.
◆청담동 명품거리 까르띠에 매장 샤넬이 매입...역대 최고가
5일 빌딩컨설팅업체 프라퍼트리에 따르면 청담동 명품거리 일대는 가로변 3종일반주거지역의 땅값이 이미 인근 도산대로변 일반상업지역 수준까지 올랐다.
가장 최근에 거래된 곳은 프랑스 명품브랜드 까르띠에 매장이 들어서 있는 부지다. 이 부지의 거래금액은 700억원대, 3.3㎡당 2억80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지난해 5월 도산대로변에 여성의류업체 한섬이 매입한 3.3㎡당 2억3700만원을 훌쩍 넘는 값이다. 한섬이 매입한 곳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용적률이 891%에 이르는 반면 샤넬이 매입한 곳은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247%다.
또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던 미국 패션브랜드 토리버치 플래그십 스토어 부지도 뛰어넘었다. 토리버치 부지는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3.3㎡당 2억3900만원선에 매입한 바 있다.
까르띠에는 이곳에 2008년 국내 최대 규모의 '까르띠에 메종'을 오픈해 영업 중이다. 내년 3월까지 임차계약이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매입한 주체가 샤넬코리아여서 조만간 매장 간판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청담동 명품거리 가로변 부지 2곳 정도가 3.3㎡당 2억1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왔다. 또 명품거리 이면에 있는 2종일반주거지역까지 덩달아 값이 올랐다. 2011년에는 3.3㎡당 66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2012년에는 9500만원에 팔렸고, 현재 비슷한 입지의 이면부지가 1억1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온 상황이다.
◆타미힐피거, 자연주의 입점한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도 '들썩'
1990년대에 젊음의 상징이었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경우 2000년대 후반 이후 인근 신사동 가로수길에 명성을 빼았겼다. 가로수길의 경우 대형 SPA(제조판매유통 일괄) 브랜드와 개성 넘치는 편집숍 등이 들어서면서 핵심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이 지역은 청담동 명품거리와 마찬가지로 주요 중저가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캐주얼브랜드 타미힐피거가 지난 3월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지난 6월 자주(자연주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이곳에 열었다. 멀티샵(의류종합쇼핑몰)인 원더플레이스도 지난달 가로수길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주요 브랜드들이 지금도 앞다퉈 플레그십스토어를 열고 있다.
이에 따라 가로수길 일대 땅값도 크게 뛰었다. 이 일대는 모두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최대 용적률이 200%에 불과하지만 3.3㎡당 매매가가 가로변의 경우 1억6000만~2억원에 이르고 이면부지 역시 9000만~1억원 선이다. 불과 1~2년 새 20% 이상 올랐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신 프라퍼트리 대표는 "청담동 명품거리의 경우 초고가 해외브랜드,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 비교적 중저가인 국내브랜드가 주를 이룬다"며 "다만 매물이 나온다고 모두 바로 거래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업체들이 브랜드 성격에 맞는 형태의 부지를 원하기 때문에 거래가 즉각 이뤄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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