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광화문광장 시복식] 이모저모 새벽4시 입장 신분증 지참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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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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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교황제의]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을 거행한다. 시복식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교자들을 가톨릭교회 공경의 대상이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공식 선포하는 일이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관례적으로 시복미사는 바티칸에서 교황청 시성성(‘하느님의 종’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기관)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해왔다.

이날 교황은 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퍼레이드하며 한국 신자들과 인사한 뒤 광화문 삼거리 앞 북측광장에 설치될 제대에서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미사 전에는 한국 최대 순교성지이자 이번에 시복될 124위 복자 중 가장 많은 27위가 순교한 서소문 성지도 참배한다.

 이날 행사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 교황-시민 거리는 가깝게, 미사는 간소하게
신자들과 직접 만나 교감하기를 원하는 교황의 뜻에 따라 교황과 시민의 거리는 최대한 좁힌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이날 시복식 행사를 위해 가로 7m, 세로 1.5m, 높이 0.9m의 제대를 설치한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설치하는 제단의 높이는 1.8m이다. 비교적 무대가 낮은 이유는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성품을 드러내고 후방에 위치한 광화문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 교황청에서는 제단의 높이를 낮게 설치해 참석자들이 어디서나 교황과 눈을 마주칠 수 있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제대 뒤로는 주물 제작한 십자가(가로3.6m, 세로 4.6m)가 8m 단 위에 설치된다. 십자가에는 한국 순교자의 빛나는 영성이 세계에 알려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제대 양 옆을 비롯해 행사장 곳곳에는 LED 전광판 24대를 두어 전례에 참석하는 신자들과의 거리감을 최대한 좁힐 계획이다.

이날 교황을 비롯해 모든 주교단과 사제단은 붉은색 제의와 영대를 착용한다. 붉은색은 순교, 성령 등을 상징한다. 교황과 주교단 및 사제단이 입을 제의와 영대는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한국관구 수녀들이 디자인하고 직접 손바느질하여 완성했다.
 

[교황의자]



■한국적 요소 곳곳에…한복 입은 성모상, 교황좌엔 건곤감리
시복미사 제대 한편에는 한복을 입은 성모상이 놓인다.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한국관구 수녀가 조각한 ‘한국사도의 모후상’은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내어주는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복건을 쓴 아기예수와 비녀를 꽂은 성모가 한복을 입고 인자한 미소를 띤 것이 특징이다. 교황이 미사 중 앉을 의자에는 ‘건곤감리’ 4괘를 새겼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식전행사서 교황 헌정곡 연주
시복미사 사전행사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세례명 요셉마리) 씨가 교황 헌정곡을 연주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백씨가 연주할 곡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두 개의 전설' 중 첫째 곡인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백씨의 연주는 시복식 미사 전 신자들의 묵주기도 바로 앞 순서에 예정됐다. 약 8분에 걸쳐 백씨가 연주를 마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장해 미사를 집전한다.

■ 이탈리어어-한국어 순차 통역
미사에서 교황은 라틴어를 사용하며, 신자들은 한국어로 응답한다. 강론은 교황이 이탈리아어로 전하면 단락별로 한국어로 순차 통역된다.

시복미사의 백미는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언하는 시복 예식이다. 시복 예식은 미사 초반,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후에 시작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명옥(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와 124위 순교자 시복 건의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일해 온 김종수(요한, 로마 한인 신학원장) 신부가 시복청원을 하고 교황의 시복 선언이 이어지면 124위 복자화가 처음 공개된다.

신자들이 낭독하는 보편지향기도(개인이 아닌 교회 구성원 공통의 지향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기도. 신자들의 기도(oratio fidelium)라고도 부른다)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진행하며 고등학생, 신학생, 중국인 사제, 수녀, 임산부인 성당 주일학교 어머니 교사 등이 한 주제씩 맡아 낭독할 계획이다.

■전국 16개교구 추첨으로 참가구역 결정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시복미사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대한문)까지 1.2km를 6개 구역(S, A~E)으로 나누고, 지난 6월 20일 전국 16개 교구 담당자들이 참석하여 교구별 착석 구역을 배정하기 위한 추첨을 실시했다(S구역은 공동집전하는 주교와 사제, 순교자 후손, 기자석 등으로 배정돼 추첨대상에서 제외).

그 결과 교황이 자리하는 제대(광화문 앞)에서 가장 가까운 A구역(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배정된 교구는 춘천, 원주, 안동, 인천 등 4개 교구로 결정됐다. 이들 4개 교구는 이번 교황 방한은 물론, 1984년과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을 찾았을 때도 방문지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들이어서 아쉬움을 덜게 됐다.
☞별첨(사진첨부 1) 행사장 배치도

자원봉사자만 5000여명, 제병 18만개 준비
시복미사 자원봉사에 나서는 이들은 무려 5000여 명에 달한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 안내와 안전, 미사전례, 환경미화와 지방에서 올라오는 버스 1600여 대의 주차관리 등을 담당한다.
성체 분배는 평신도 700여 명, 성직자 200명 등 900여 명이 한다. 이들이 신자들에게 분배할 제병(祭餠·밀가루로 만든 빵으로 미사 중 사제의 축성 후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한다)만 18만 개가 준비된다.

■새벽4시 입장시작, 입장권과 신분증 지참해야
시복식 참가자들은 행사 시작 전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13개 출입구를 통해 입장한다. 입장은 새벽 4시부터 오전 7시까지 진행되며, 안전을 위해 유리병 제품, 페트병 음료, 플라스틱 재질의 음식 용기 등은 반입이 제한된다. 또한 우산 및 금속성 물건 역시 제한된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장애인과 지역으로 출발하는 기차 시간이 예정돼 있는 신자들이 먼저 퇴장하며, 서울대교구 신자들은 멀리 이동해야 하는 타교구를 위한 배려로 가장 마지막에 퇴장한다. 초청 신자들은 반드시 입장권과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대리 참석이나 신원 확인이 안 될 경우 입장이 불가능하다.

■참가자에 전례 예식서 등 전달, 식수대․물품비치대 부스 25개
입장을 마친 참석자들에게는 모자와 방석, 전례 예식서, 서울 천주교순례길 가이드북 등이 전달된다. 깔끔한 뒷마무리를 위한 쓰레기봉투도 함께 나눠준다. 의료진과 식수대, 물품 비치대 등이 있는 부스는 행사장 안에 10개, 밖에 15개가 설치된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조규만 주교는 최근 시복미사 참가자 안내문을 통해 “안전과 경호상의 문제로 소지한 모든 물품의 내용을 확인하는 만큼, 입장시간 단축을 위해 소지품을 최소화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과거 교황님 방한 행사 당시 언론과 국민들은 질서정연한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가톨릭 신자로서 이웃을 배려하는 모범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행사 당일 버스·지하철 등 일부 우회 운행
시복미사 당일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은 오전 4시 30분부터 조기 운행된다. 다만 이날 시복미사가 완전히 끝나는 오후 1시께까지는 행사장 구역 내의 모든 역(시청역·경복궁역·광화문역)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조규만 주교는 이에 대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정부 및 서울시와 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교황의 방한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만큼 시민들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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