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이라크·리비아 내전에 이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중동 및 아프리카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 최대 해외건설 수주 실적을 이어가겠다는 건설사들의 각오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리비아에서 시공 중인 공사 현장은 102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라크에서는 80개의 국내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만 80억달러가 넘는 공사를 수주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올 들어 현재까지 4억96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 가운데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아프리카 2개국에는 8개사가 진출해 16곳의 건설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특히 중동지역은 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 누계 375억달러 가운데 66%(47억4000만달러)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가다.
이에 현재 상황이 향후 건설사들의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리비아에서는 현대·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사 근로자 400여명이 철수를 단행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24시간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는가 하면 상황별 대응전략을 구축해 실행 중이다.
물론 위급한 상황인 만큼 인접국으로의 철수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지난 4일까지 근로자 57명이 인접국으로 철수한데 이어 20여명이 전날 대피를 시도했다. 주로 선박과 항공을 통해 철수하는 가운데 이동 지역 등은 보안 상의 문제로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라크 지역은 상반기에 업체간 컨소시엄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만큼 이번 철수가 시장에 큰 만큼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루 빨리 이라크 정부가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비중이 5%가 채 안 되지만 중남미와 함께 신시장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현재 바이러스가 출현한 4개국 가운데 나이지리아와 시에라리온 등 2곳에 국내 건설사가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는 아프리카 수주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우건설이 직원 총 296명을 파견한 상태다. 바란 인필 가스플랜트를 비롯해 5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회사 측은 "나이지리아의 경우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1명에 불과해 공사를 중단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어서 예방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며 "아직은 공사 중단과 그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건설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난 6월에 시에라리온 내 현장을 폐쇄하고 근로자 20여명을 귀국시켰다. 이곳에는 관계자 8명이 남아 발주처와 공사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아프리카 적도기니와 동부 케냐에서 각각 상하수도, 파워플랜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력 철수보다는 아프리카 출장을 자제하는 방식으로 상황 주시 중이다. 두 지역에 있는 파견 직원은 모두 50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프리카 현장 대부분은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 지역과 떨어져 있어 별 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늘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고비를 넘긴 이후 공사 재개 및 안전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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