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배상희 기자 = 러시아가 농수산물, 항공, 기업 등을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추가 경제제재에 대해 전방위 보복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더욱 거세지는 서방의 제재에 자신들만의 또 다른 제재로 정면 맞대응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푸틴 대통령은 하루 전 "정치적 수단으로 경제를 압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는 규범과 원칙에 어긋난다"며 미국과 EU의 추가제재를 비난했다.
■ 푸틴, 러시아 제재 동참 국가의 농산물 등 수입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국가안보 보장을 위한 개별 특별경제조치 적용에 관한 대통령령'을 통해 "러시아 법인과 개인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했거나 그에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원료, 식품 등의 수입과 관련된 대외활동을 1년 동안 금지하거나 제한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가 자국 경제에 스스로 타격을 입히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또한 푸틴의 식품 금수 조치가 실행되면 유럽과 미국의 농가나 식품 수출업자에게 큰 타격을 주는 동시에, 러시아에서는 인플레율이 더욱 높아지고 일부 식품 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농산물 수입국 중 하나인 만큼 이번 러시아의 보복조치로 미국과 유럽의 관련 업계 또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그 가운데 맥도날드에 이어 또 다른 미국 대표 기업인 코카콜라가 러시아의 두 번째 ‘제재 분풀이’ 대상으로 낙점 됐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달 러시아 당국은 위생기준 미달을 이유로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일부 제품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외국항공사 시베리아 항공노선 이용금지 추진
러시아 경제지 베도모스티는 5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외교부와 교통부가 러시아 시베리아 영공을 통과해 아시아 지역으로 운항하는 유럽 항공사들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아시아 국가 항공사들도 시베리아 노선 이용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시베리아 노선은 유럽과 아시아 간 최단거리 비행노선으로, 이 노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항공사들은 중동 걸프지역이나 미국 알래스카로 돌아서 비행해야 한다. 시베리아 노선에 비해 연료비 등 운항비용이 25∼50% 더 들어가기 때문에, 그 부담은 탑승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병력 증강... 침공 가능성
한편 지난달 서방이 대(對)러시아 추가제재조치를 발표한 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근처 군병력을 2만명으로 증강하며 도발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배치된 러시아군 증강 수준을 보면 우크라이나 침공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러시아가 지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던 것 처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 러시아 경제제재로 유럽 기업들 줄줄이 실적 악화
미국과 유럽에 의한 러시아 경제제재 조치가 유럽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EU통계국에 따르면 EU에 있어서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수입 상대국이며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에서도 러시아는 7%를 차지해 4위다.
이런 가운데 독일은 4일 러시아와의 무기수출 계약을 파기했다. 시그마 가브리엘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독일 군수기업 라인메탈의 군사훈련 시설의 수출계획을 불허했다. 이번 추가제재는 신규 무기거래가 대상이었으나, 독일은 기존 계약까지 파기했다.
또 스웨덴의 자동차 업체 볼보는 4월에 동결된 러시아의 군수기업에 엔진을 공급하기 위한 협의를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추가제재 발효로 협의 재개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폴크스바겐(VW)의 2014년 상반기(1월~6월) 러시아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으며, 프랑스 르노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용품 세계 최대 업체 독일 아디다스도 러시아에서 10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나 2014년 실적을 하향조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독일기계공업연맹(VDMA)은 7월 하순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의 영향으로 올해 국내 생산을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독일을 대표하는 수출산업인 기계업의 성장이 둔화되면 다른 산업으로도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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