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이라크 사태가 다시 악화일로에 들어선 가운데 유로존 디플레 공포가 세계 증시를 엄습했다. 외국인도 돌연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고 있다.
그래도 아직 비관론이 우세하지는 않다. 먼저 14일로 잡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된다.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장인 중국 경기도 좋아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11~14일 한 주 동안 코스피가 2020~206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30선까지 밀린 지수가 일시적으로 더 빠지더라도 되오르는 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은 8일 하루만 약 2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2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기관도 같은 기간 약 2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는 조만간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라크나 우크라이나 사태도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8일 200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대부분 삼성전자에 집중됐다"며 "증시 전체에 대해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같은 날 삼성전자(-1430억원)와 SK하이닉스(340억원), 삼성SDI(-210억원)를 순매도한 반면 네이버(400억원)와 KT(210억원), KB금융(190억원)을 샀다.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손바뀜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매물이 출회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가 내려갈 경우 인하폭은 0.25%포인트로 예상된다. 0.50%포인트는 떨어져야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에 못 미치더라도 경기부양 의지를 재차 부각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금통위 기대감은 살아있다"며 "급락했던 미국이나 유럽 증시도 추가 조정보다는 기술적인 반등을 기대할 만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정책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면도 있다"며 "하지만 투자심리 면에서 긍정적인 재료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중국이 최근 내놓은 7월 무역수지를 비롯해 중 경기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7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애초 시장 예상치(8.0%)를 2배 가까이 웃돈 것이다.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계속 주시해야 한다. 정치적인 악재에서 경제 전반적인 이슈로 확대되기는 어렵겠지만, 투자심리에는 번번이 부담을 줄 수 있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전까지 불확실성을 확인하기 위한 관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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