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기업 E사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사업영위가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3500억원 정도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1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 비용 예상액이 약 700억원 규모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는 클링커(시멘트 반제품) 1t 생산 시 온실가스 0.9t을 배출하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수백억원의 배출량 비용을 물지 않으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지만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생산량 확대가 필요하기에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반도체기업 F사는 배출권거래제가 더 부담스럽다. 1차 계획기간 동안 약 100억원 이상 추정되는 배출권거래 부담비용으로 인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 수익구조를 개선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배출권 관련 지속적인 비용증가로 경영개선이 지연돼 투자·고용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해양플랜트업계도 배출권거래제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향후 해양플랜트 분야 수요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시운전부문은 조선회사의 관리범주를 넘어 선주 측의 요구에 따라 예상범위 이상의 시간과 연료소모가 빈번하게 발생돼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주요 경쟁국인 중국, 일본은 배출권거래제가 강제되지 않고 있어, 우리나라 핵심수출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사업장의 생산 제약
이로 인해 연간 250만t에 달하는 수출물량의 약 50%를 취소해야 한다. G사는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3조 7항을 강조했다.
생산량을 확대하는 일도 가시밭길이다. 기존 시설 가동률을 높여 생산을 확대하면 배출권 비용 증가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 신·증설시설임을 인정받으면 추가 할당량을 활용할 수 있지만, 공장 가동률 조정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은 신·증설에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다. 경영위기에서 최근 벗어나고 있는 자동차기업 B사도 가동률을 높여 생산량을 약 50% 이상 확대하려 하나 그만큼 배출권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고심하고 있다.
B사는 사양 업체는 배출권 판매로 불로소득을 얻는 반면, 성장 업체는 엄청난 배출권 구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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