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999년 한라그룹에서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털파트너스(이하 CVC)는 보유 지분 100%를 현대백화점에 매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최근 체결했다. 매각대금은 15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조만간 실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라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첫째 동생 고 정인영 회장이 창업한 회사고, 현대백화점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의 셋째아들 정몽근 명예회장이 1999년 물려받은 회사다. 매각이 성사되면 삼촌이 만든 회사를 조카가 다시 사들이는 셈이다.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부품회사인 만도기계(현 만도) 공조사업부의 가전 부문으로 출발했다. 1995년 최초의 김치냉장고인 딤채를 선보여 가전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한라그룹이 해체되면서 흑자를 내고도 부도 처리됐다. 이후 만도기계 공조사업부에서 가전 부문만 별도로 분리돼 CVC와 어피너티(당시 UBS캐피털), 유니타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CVC는 2005~2006년 컨소시엄 내 투자자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위니아만도는 김치냉장고의 인기로 한때 1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현재 김치냉장고 외에도 에어컨, 제습기 등 가정용 공조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127억 원, 영업이익 168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동양매직 인수에 실패했던 현대백화점은 위니아만도 인수로 가전업계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현대백화점이 위니아만도를 인수하려는 것은 성장이 정체된 유통산업을 대신할 새 시장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2년 패션업체 한섬을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가구사 리바트를 사들이는 등 지속적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현대백화점이 위니아만도를 인수하게 되면 보유한 자체 유통채널에서 자사의 패션·가구·가전을 팔 수 있다.
또 현대백화점은 계열사로 홈쇼핑 회사인 현대홈쇼핑과 식품유통전문업체인 현대그린푸드도 갖고 있어 위니아만도 인수를 통해 제조·판매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의 실생활에 필요한 옷과 가구, 생활가전 제품을 자체 유통망을 활용, 판매해 유통과 다른 업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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