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현대제철 하청업체가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조 간부를 매수해 동향을 파악하는 등 노조파괴 공작을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8일 현대제철 순천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원청인 현대제철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을 요구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비정규직 노조 A간부가 현대제철하청업체 직원 B씨에게 '자료준적 없다고 그래라'. 이에 B씨는'그래요 그럼 월요일날 가서 그렇게 이야기할까요?'"라는 등의 정보가 오간 정황이 기록됐다. 또한 정보가 새나간 것에 대해 발뺌하라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노조는 A씨가 지회 지침과 다르게 노사협의를 하거나, 조합비 징수를 위한 임금총액 자료에 갑자기 많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기록된 것에 의심을 품고 A씨를 추궁한 끝에 사내협력사 B씨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는 고백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지회는 "이 회사는 노조간부를 매수하기 위해 술과 향응을 제공하고 끝내는 회의자료 요구와 노조 동향파악까지 했다"면서 "이를 통해 얻은 정보로 비정규직이 하고자하는 투쟁에 사사건건 시비 걸고 가로막으면서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현대제철은 하이스코와 분할합병 이후 2012년 단체협약 일부 합의안을 파기하는 등 노사갈등을 첨예화하고 있다"면서 "하청업체의 불법적 행위 뒤에는 원청이 현대제철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2년 단협 합의대로 4조3교대 조속한 시행을 요구하는 시점에 프락치 공작이 발각된 것은 현대제철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제철이 공범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원청으로서 하청업체의 불법행위 가담자를 엄벌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비정규직지회는 B씨를 부당노동행위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이 업체 측은 "노조 대의원들과 단순히 식사했던 것을 이렇게 부풀려졌다"며 "노조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11일 "하청업체와 노동조합의 일이다. 우리가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와 지회는 최근 임금·단체협상에서 통상임금 확대적용·노동시간단축·현대하이스코 공장 매각에 따른 일부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등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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